[교육칼럼] 좋은 수업은 교사의 첫 마디 말부터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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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소정

오래 전의 일이다. 가까이 알고 지내던 선배 교사로부터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들이 수업을 시작하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는가?” 나는 선배의 질문에 머리를 빠르게 굴려봤지만 대답을 찾는 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수업을 시작하겠다. 책상 줄 맞춰라.”가 정답임을 알고 나서야 ‘그래. 맞아’ 하고 맞장구를 쳤던 기억이 새롭다.

그렇다면 30년이 지난 지금의 교실에서는 어떤 이야기로 수업이 시작될까? 참 궁금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1년이면 수백 시간, 많게는 일천 여 시간을 수업해야 하는 교사들, 그 많은 수업 시간 중 정성을 다했노라고 자부할 수 있는 수업은 몇 시간이나 될까? 이와 관련해 “지난 한 달을 돌이켜 보았을 때, 성공적인 수업이었다고 스스로 만족하는 수업은 몇 시간쯤 될 것 같은가?” 라는 또 다른 질문도 받았었다.

1970년대 교육과정 개편으로 학문중심 교육과정은 교실 수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학문중심 교육과정과 함께 도입된 완전학습이 주범으로 작용해 교실 현장을 긴장으로 몰고 갔다. 당시 교실 현장은 완전학습 이론에서 제시하는 90% 이상의 학업성취도 달성과 학교 간 성적 비교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으로 일부 학교에서는 성적 과열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교육 트렌드는 다시 학력이다. 70~80년대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여진다.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해서 수업의 방식을 개선하자는 데는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다만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수업은 종전의 탐구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좀 더 흥미롭게, 그리고 칭찬하면서, 학습자 수준에 적정한 목표를 정해, 눈높이를 맞춰, 생각을 키울 수 있도록 수업한다는 게 특징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시작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속담이다. 수업도 시작이 좋아야 한다. 좋은 수업은 시작부터가 다르다. 좋은 수업을 하는 교사는 먼저 교육과정과 교과서 분석을 통하여 학습목표를 확인하고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학습목표에 도달시킬 수 있을까? 흥미롭게 참여하고, 칭찬하면서, 학생 눈높이의 수업을 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한다. 결국 교사는 학습문제(‘공부할 문제’로 진술하기도 함)를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고 학습문제를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학습문제를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서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과 무한한 창의력을 자극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수업의 도입 부분에서 학생들에게 제시하는 학습문제에는 모든 학습 활동 정보가 들어 있다. 좋은 수업 여부는 교사가 칠판의 왼쪽에 눈에 확 띄게 제시한 공부할 문제를 보면 금방 파악할 수 있다. 복도를 거닐다가 교실 칠판 왼쪽에 분명하게 써놓은 학습문제를 흘끗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전개될 학습 활동의 예측이 가능하고, 학습 활동의 적극성까지도 짐작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학습문제에는 단위 시간의 수업 정보가 모두 들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좋은 수업의 학습문제는 목표 지향적이면서 창의적 수행이 가능한 행동 용어로 진술돼야 한다. 그렇다면 “매 시간 학습문제를 제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주저 없이 “그렇다”라고 단언하고 싶다. 학습문제는 좋은 수업을 하고자 하는 교사의 고민에서 얻어지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수업은 교사가 고민해서 얻은 학습문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송화현 아산권곡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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