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운로드 부추겨 떼돈 번 웹하드업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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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렇게 적을 리가 없는데···.”

 영화와 드라마 저작권 관리업체인 C사 관계자는 지난 3월 웹하드업체 미디어박스가 보내온 수익 배분 내역서를 들여다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C사는 2009년 이 회사에 합법적인 영상물을 제공하고 다운로드 수익의 60%를 받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보내온 수익은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C사는 최근에야 미디어박스가 무려 20만 건의 다운로드 실적을 누락해 자사 수익을 가로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17일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쉐어박스 등 4개 웹하드 사이트를 운영하는 미디어박스 실소유주 채모(34)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웹하드 운영자들에게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채씨는 2009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C사의 영상물 다운로드 건수 중 20만7378건을 누락해 8500여만원을 주지 않는 등 총 26개 저작권자의 저작권료 2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채씨는 이 돈을 종잣돈으로 삼아 유흥주점을 개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HJ커뮤니케이션과 아이트리니티 실소유주이면서 4개 웹하드 사이트를 운영하던 정모(34·구속 기소)씨도 같은 수법으로 13억원의 저작권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웹하드 이용자들이 불법 영상물을 더 많이 내려받을 수 있도록 자체 필터링 기능을 약화시키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웹하드업체들은 불법 영상물의 경우 검색 금지어로 설정해 검색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필터링 기능을 가동해야 하는데 여기에 고의적으로 ‘구멍’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미디어박스의 경우 매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의 취약시간대 이용자나 5만원 이상 결제한 우대회원 등에게 검색 금지어 검색이 가능하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이런 수법 등을 통해 3개 업체, 8개 웹하드 사이트가 지난 1년 동안 올린 매출액은 315억원으로 추산됐다.

박진석 기자

3개 웹하드업체 범죄 수법

◆합법 영상물 다운로드 건수 누락 통해 부당 수익

→ 저작권 보유업체에 지급해야 할 수익 34억원 챙겨

◆추천인·파트너 몫의 수익 부당하게 챙겨

→ 추천인 등의 수익 1억3000만원 지급하지 않아

◆필터링 기능 약화

→ 불법 영상물 다운로드 건수 증가 노린 행위

◆불법 영상물 유통 공모

→ 총 23만여 건의 불법 영상물 유통 통해 지난해 315억원 매출액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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