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간 719㎜ 물폭탄 신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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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 여름 시작(6월 1일) 이래 14일까지 지난 30년간 가장 많은 비(강수량)가 가장 길게 이어 내리고 있다(연속강수). 비 온 날(강수일) 수도 같은 기간 역대 둘째다. 지난달 22일 시작된 장마 탓이 크지만, 그 전에도 5일이나 비가 왔다. 17일 장마가 끝나도(기상청 예상) “대기 불안정에 의한 집중호우가 잦을 것”이란 전망이다. 더구나 19~20일 한반도는 6호 태풍 ‘망온’의 간접영향권에 든다. 또 비가 올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에서조차 “이제 비가 지겹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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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까지 719㎜ 쏟아져=기상청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이달 13일 밤 12시까지 서울에 내린 비의 양은 총 719㎜다. 1981년 이래 30년간, 같은 기간 강수량 중 최고다. 그 다음으로 많은 비가 내린 90년(595.9㎜), 2009년(544.5㎜)의 강수량 기록을 100㎜ 이상 훌쩍 뛰어넘었다. 그 외 다른 해에는 500㎜도 되지 않았다.

 하루도 빠짐 없이 비가 온 날 수를 의미하는 연속강수일수 도 올해가 30년래 최고다.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9일간 매일 비가 왔다. 이달 들어서도 7일부터 14일까지 8일 연속 비가 왔다. 기상청 예보대로 16일까지 비가 올 경우 ‘연속강수 10일’을 기록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6월 1일~7월 14일) 비슷한 연속강수일을 기록한 경우는 85년, 2004년(8일) 정도다.

 강수일은 14일까지 총 23일을 기록했다. 전체 44일 가운데 절반 이상 비가 온 것이다. 지난 30년간 같은 기간 올해보다 서울에 일수 기준으로 더 많이 온 경우는 90년(28일)뿐이다. 기상청 『기상연감』에 따르면 이 해에는 장마가 이례적으로 남부를 건너 뛰고 중부지방에서 시작돼 6월 18일부터 폭우가 내렸다.

 ◆‘릴레이 물폭탄’ 원인은 장마+태풍=지난달부터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지만 중부지방, 특히 서울에 이처럼 많은 비가 연속해 내리고 있는 것은 올해 유독 발걸음이 더딘 장마전선 탓이다.

 올 장마전선은 지난달 10일부터 제주 남부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남부와 중부를 오르내리며 많은 비를 뿌렸다. 하지만 이달 7일 이후부터는 내내 중부지방에 머물며 집중호우를 쏟아부었다. 예년 같으면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함에 따라 적당히 비를 뿌린 후 북한 지역으로 올라갔겠지만, 올해는 북한과 서해북부해상에 발달한 고기압이 상당 기간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았다.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지난달 서해상으로 북상한 5호 태풍 ‘메아리’도 서울지방 폭우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메아리’는 지난달 26~27일 한반도에 직접 비를 뿌렸고, 북상 전 대만 인근에 있을 때도 비의 ‘원료’가 되는 수증기를 장마전선에 대량 공급했다.

 ◆한반도 비, 언제쯤 잦아들까=기상청은 장마전선이 소멸돼도 전체적으로 이달 하순까지는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리다 다음 달 상순께 평년 수준(10일간 47~139㎜)의 강수량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가 잦아들면서 8월 상순부터는 폭염과 열대야도 자주 나타날 전망이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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