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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머독 신문 수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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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80)이 세운 ‘미디어 제국’이 흔들리고 있다. 머독 소유의 영국 일요신문인 뉴스 오브 더 월드(News of the World:NoW)의 불법 음성 메시지 도청 사건이 신문의 폐간과 영국 위성방송 BSkyB의 지분 확대 실패로 이어지더니 미국에서도 사법적 조사에 직면할 위기에 처했다.

 머독은 월트디즈니에 이어 세계 2위 미디어그룹인 뉴스 코퍼레이션의 회장과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맡고 있다. 뉴스 코퍼레이션은 월스트리트 저널·폭스방송 등 780여 종의 언론 사업을 52개국에서 펼치고 있다. 뉴스 코퍼레이션은 13일(현지시간) BSkyB의 지분 추가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영국 하원에서 이 계획의 수용 여부에 대한 표결 직전에 이뤄진 결정이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도청 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머독에 우호적이었던 영국 보수당마저 그에게 등을 돌린 상황이다.

 머독 소유의 영국 대중지 ‘더 선’의 불법 정보 취득 의혹이 영국 정치권의 ‘단합’을 불러왔다.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재무장관이었던 2006년 아들의 선천적 질병에 대한 더 선의 보도가 불법적 정보 입수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상·하원 의원들이 정부에 뉴스 코퍼레이션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다. 영국에서 휴대전화 음성 메시지 도청을 시도했던 NoW가 미국에서 9·11 테러 희생자들의 음성 메시지를 도청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로버트 메넨데즈 민주당 상원의원은 에릭 홀더 법무장관에게 이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공화당 소속의 피트 킹 하원의원은 “연방수사국(FBI)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NoW는 영국에서의 도청 파문으로 10일 폐간됐다.

 NoW와 더 선의 문제 때문에 뉴스 코퍼레이션 소속의 유력 일간지인 더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의 신뢰에도 흠집이 생겼다. 영국과 미국 언론들은 이 두 신문이 도청 관련 뉴스 보도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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