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간 희비 교차...반도체·IT 주도권 장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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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제가 가져오는 양극화의 조짐은 산업부문에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와 정보통신업종 등 디지털시대를 이끄는 폼목과 업종들은 이미 생산.수출 등 실물부문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증시에서도 전통적인 ''굴뚝산업'' 주가는 맥을 못추는 반면 코스닥시장을 장악한 인터넷 등 첨단기술업체들이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 실물부문〓지난해 국내 산업생산은 평균 24.2%의 증가율을 보이며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를 업종별로 뜯어보면 45~1백6%의 급증세를 보인 컴퓨터.반도체.자동차 등 3대 주력 업종의 독무대였다. 경기회복 속도는과속이지만 업종간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1월중에도 컴퓨터 등이 포함된 사무.계산.회계용 기계업종(138.1%) 반도체 가 포함된 영상.음향.통신기계업종(46.1%)이 여전히 생산을 주도하고있다.

반면 섬유(9%).가죽.신발( - 4.2%).의복(11.8%).종이(9.4%)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증가율을 보이며 느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쪽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2월 무역수지가 8억달러 흑자를 낸 것은 월말 이틀동안 컴퓨터.반도체.선박 등의 무더기 수출 물량이 쏟아지면서 무려 월간 전체 수출물량의 20%에 달하는 24억달러어치가 집중된 덕분이다.

특히 갈수록 심화되는 반도체 의존도는 반도체 단일품목의 수출비중이 17%를 넘어섰던 1994~95년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산업에 운명을 걸어야하는 수출구조는 디지털경제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 돈도 디지털로〓코스닥과 증권거래소간의 주가 양극화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올들어 1, 2월 두달간 증권거래소 상장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9천7백7억원으로 작년 같은기간(3조9백26억원)보다 75%나 줄어들었다.

반면 코스닥 등록기업의 경우 작년 같은기간에는 증자실적이 없었으나 올해는 8천9백억원의 자금을 긁어갔다. 증시자금이 이른바 아날로그형 기업들이 주류를 이루는 거래소를 외면하고 디지털기업들이 주축인 코스닥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 소비〓소비면에서도 디지털경제의 진전에 따른 양극화 조짐이 두드러지고 있다. 도심권에 위치한 백화점.대형할인점 등 종합소매업의 소비증가율은 30.9%(1월말 기준)로 높아진 가운데 슈퍼마켓등 재래시장의 유통업종은 - 1.5%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오봉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들은 쇼핑이 편리한데다 대량구매를 통해 값싼 제품을 팔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쇼핑몰을 운영하는 등 디지털시대의 흐름을 타고 있는 반면 재래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고 분석했다.

홍성범 기술거래소 사장은 "정보통신기술과 인터넷이 결합되면서 앞으로 고전적인 생산.마케팅방식 대신 온라인서비스 기업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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