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진 법무장관론 … 5년 전 ‘문재인 파동’ 추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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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권재진 민정수석(왼쪽)이 5월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귀남 법무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콩고민주공화국과 에티오피아를 순방한 이 대통령은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2018년 겨울올림픽의 평창 유치에 성공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런 이 대통령이지만 성공적 외교의 여운을 길게 누릴 여유가 없다. 각종 정치·정책 현안이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자리를 비웠음에도 사표를 낸 김준규 검찰총장의 후임 인선과 사정라인 교체 문제, 부분 개각 문제 등을 정리하는 게 이 대통령에겐 시급한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7일 춘추관(청와대 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 ‘김준규 총장 후임

과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함께 발표되느냐’는 질문을 받자 “원칙적으로 같이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8월 내에 국회 청문회를 마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의 임기(2년)는 아직 2개월 정도 남아 있지만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사표를 던졌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1년10개월간 각료로서 활동했으므로 이젠 바꿔 줘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어떤 인물들을 이들 자리에 앉힐까 하는 점이다. 법무장관 후보론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앞서가는 모양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권 수석의 일처리에 대해 이 대통령이 신임을 보내고 있다”며 “현재대로라면 권 수석이 법무장관에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 수석은 2009년 6월 단행된 검찰총장 인사 때도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파격인사’를 선택했다. 당시 서울고검장이었던 권 수석(사법시험 20기)보다 2기 아래인 천성관 당시 서울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로 내정했다. 이 대통령은 대신 석 달 뒤 권 수석을 민정수석으로 기용했다.

 권 수석은 그간 이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신임을 얻었지만 그가 법무장관으로 영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 대통령이 권 수석에게 법무부를 맡기려면 여야는 물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민정수석을 지낸 문재인 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법무장관으로 가는 걸 한나라당이 강력히 반대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엔 그때와 다르다는 걸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4년차였던 2006년 7월 측근 중의 측근인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앉히려 했으나 한나라당이 “더 이상의 ‘코드 인사’는 안 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노 전 대통령의 구상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자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지도부도 ‘노(No)’라고 해 노 전 대통령은 결국 뜻을 접었다.

 이 대통령이 권 수석을 법무장관 후보 중 한 명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 손학규 대표 등은 “내년 총선·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인사가 법무장관을 맡아야 하는 만큼 청와대 참모 출신은 안 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에서도 “대통령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중립 성향의 한 의원은 “내년엔 두 개의 큰 선거가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이 오해받을 인사를 할 필요가 없다”며 “자칫하면 여당도 욕을 먹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여당에서도 ‘안 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도 “ 평창 올림픽 유치로 모처럼 좋아진 분위기를 유지하려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해야 한다”며 “법무부 인사는 여론을 더 들어보자”는 신중론이 존재한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은 검찰 경험이 전혀 없는 문 전 수석을 측근이란 이유 로 법무장관에 앉히려 했던 것”이라며 “‘검찰 에이스’ 출신인 권 수석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남궁욱 기자

2006년 문재인 법무장관 기용 파동

7월 천정배 전 법무장관 후임으로 문재인 전 민정수석 기용설 퍼져

7월 28일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코드 인사’ 안 된다”

8월 3일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 논평서 “국민여론을 무시한 ‘오기인사’ ” 비판

8월 6일 김 의장, 청와대 오찬서 “민심이 여당 떠나 있으니 민심을 거스르지 말자는 것”

노 대통령 “당이 권력투쟁 하듯이 나를 대한다. 대통령 인사권은 존중해 달라”

8월 8일 노 대통령, ‘문재인 카드’ 철회, 김성호 장관 후보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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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前]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195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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