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2009년 이후 5개 광역시 아파트값 25% 뛰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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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금까지 주택시장에서 지방은 말 그대로 변방이었다. 수도권에서 청약 열풍이 불고 집값이 고공행진할 때조차 지방은 별 움직임이 없었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수도권 집값은 108.9% 뛰었지만 부산(26.6%)·대구(24%)·광주(11.3%) 등의 집값 상승률은 연평균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쳤다.

 그런데 2009년부터 뒤집어졌다. 2009년 이후 지난달 말까지 수도권 아파트값은 1.4% 떨어진 반면 부산 등 지방 5개 광역시는 25.5% 뛰었다. 국민은행에서 집값 동향을 조사한 1986년 이후 지방 집값 상승률이 이렇게 오랫동안 수도권을 추월하기는 처음이다.

 분양시장에서도 수도권은 순위 내 청약 접수에서 미분양이 속출하는데 지방에선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보다 주택 보급률이 더 높은 지방 집값이 들썩이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최근 3년간 신규 주택 공급이 갑자기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5개 광역시의 주택보급률은 99.9~103.6%다. 2001~2007년 연평균 11만여 가구인 5개 광역시의 주택 건설 실적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4만1000여 가구로 뚝 떨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은 가구 수 증가가 주춤했으나 지방에선 꾸준해 주택 수요가 많이 늘기도 했다.

 집값을 자극하는 개발 호재가 지방에 몰린 이유도 있다. 대전 등 충청권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과 세종시 개발로 들썩이고 부산·광주 등에선 전철·도로 개통, 관광단지·신도시 개발 등의 호재가 잇따른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수도권의 개발 계획이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지지부진한 반면 지방은 신도시 개발 등 각종 호재가 잇따라 발표되고 사업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비율)이 70% 정도로 높아 전세 살다 집을 사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 주택시장만 달아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새 아파트 분양이 쏟아지면서 조만간 최근 3년간의 공급 부족을 보충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부산에서만 올 상반기 벌써 1만 가구 넘게 민간 분양이 이뤄졌다”며 “건설업체마다 향후 1~2년간 지방 분양이 집중적으로 예정돼 있어 2~3년 후엔 공급 과잉이 우려될 정도”라고 말했다.

 클리코컨설팅 한문도 대표는 “지방 대부분 경제구조가 취약해 집값 상승이 마냥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현철·박일한·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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