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소독약통 지고 마스크 쓰고 … 아디스아바바 달동네 1시간 방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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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아디스아바바 케베나 마을에서 소독약을 뿌리며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국가 정상이 해외 순방 중 봉사활동을 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로 떠나는 10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의 오로미아주 가레 아레라 마을에서 3시간여 동안 머물렀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서쪽으로 90㎞쯤 떨어진 이곳에선 대부분의 아이들이 맨발로 진흙길을 거닐 정도로 낙후된 곳이었다. 이 대통령은 직접 곡괭이를 들고 널빤지를 이어 지은 보건소 외벽 해체작업을 했다. 동료 봉사요원들에게 널빤지를 떼어내는 요령도 알려줬다. 그러다 “내가 완전 십장(작업반장)이다. 십장”이란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 등 일행도 동네 곳곳에서 삽을 들고 땀을 흘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우리가 다해주는 건 주민들에게 진정한 도움을 주는 게 아니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9일에도 아디스아바바의 대표적 ‘달동네’인 케베나 마을을 찾았다. 한 시간여 직접 소독약통을 짊어지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일하지 않을 사람은 따라오지도 말라”며 마을 구석구석을 돌았다.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도 두 차례 봉사활동에 동참했고, 2009년 6월부터 지원해 온 에티오피아 어린이(9)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최윤식(양방)·류봉하(한방) 대통령 주치의도 진료 지원을 했다.

 이 대통령은 현지 봉사활동과 관련, “실은 나하고 집사람 둘이서 어디 가서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실제 참모들에게 “험한 데에서 제대로 봉사하고 싶다”고 해서 봉사활동 예정지가 세 차례나 바뀌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 정상이 해외 순방 중 이 대통령과 같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외국에 그런 선례가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봉사단원들과 만남에서 직접 봉사활동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선진국과 중국은 지원 규모가 크지만 대한민국은 남을 도울 때 큰 액수로 도울 수 없다”며 “우리가 봉사할 때 애정과 진정성,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포함하면 적은 재정 지원을 갖고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정서적 접근법을 통해 아프리카에 다가가겠다는 의미다. 여기엔 1990년대 중반부터 아프리카 공략을 본격화한 중국·일본 등의 물량 공세에 맞서선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인식도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아프리카를 본격적으로 공략할 의지도 보였다. 그는 “대한민국은 아프리카와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며 “올해가 대아프리카 협력 강화의 원년”이라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그간 아프리카에 소홀했던 게 틀림없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이제는 아프리카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디스아바바=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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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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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

[現] 대한민국 대통령(제17대)

194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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