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선동열, 나고야돔에서 작별인사

중앙일보

입력

'국보급 투수' 선동열(38)이 29년동안 정들었던 마운드와 작별인사를 했다.

선동열은 9일 나고야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시범경기에 앞서 은퇴식을 갖고 강타자 마쓰이 히데키를 상대로 투수로서 마지막 투구를 했다.

이날 선동열은 당초 선발투수로 나서 1타자를 상대하는 은퇴경기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일본야구기구(NPB)가 등록선수가 아닌 상태에서 공식 경기에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여 이벤트로 대신했다.

선동열은 공식 경기에 앞서 마운드에 올라 요미우리가 자랑하는 일본 최고의 타자 마쓰이와 정면대결을 펼쳤다.

빠른 직구의 초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선동열은 2구째도 몸쪽에 직구를 던졌으나 마쓰이는 날카로운 스윙으로 받아쳐 2루수 다쓰나미의 글러브를 스쳐 우익수 앞으로 빠지는 안타가 됐다.

은퇴 기념 투구를 마친 선동열은 환한 웃음으로 1루 베이스를 돌아선 마쓰이와 마지막 악수를 나눴고 나고야돔을 찾은 4만여명의 주니치 팬들은 뜨거운 박수로 대투수를 떠나보냈다.

주니치 구단은 명예선수 자격증을 수여해 4년동안 팀 성적에 기여했던 선동열의 업적을 기렸다.

한국야구 100년사에서 가장 위대한 투수로 꼽히는 선동열은 국내프로야구에서 11시즌동안 독보적인 성적을 올린 뒤 96년 33살의 늦은 나이에 일본으로 진출했다.

일본 데뷔 첫 해는 겨울 훈련 부족과 적응 실패로 부진했지만 97년 화려하게 부활해 '무등산 폭격기'에서 '나고야의 태양'으로 변신했다.

한국에서 11년통산 146승40패132세이브, 방어율 1.20을 기록한 선동열은 일본에서도 4년동안 10승4패98세이브, 방어율 2.79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선동열은 지난 해 11월 은퇴를 공식 선언한 뒤에도 메이저리그로부터 스카우트 의사를 타진받고 국내 구단들로부터는 수 차례 지도자 제의를 받았으나 올 한해는 차분히 쉬면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예정이다.
(도쿄=연합뉴스) 이홍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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