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증산합의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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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 석유장관이 국제석유시장 균형유지를 위해 적정량의 원유를 적기에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합의한데 힘입어 국제유가가 8일 큰폭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은 고유가 행진 저지를 위해 산유국들에 대해 증산 압력을 계속 넣고 있으나 일부 산유국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일부 산유국 증산 반대 여전
○...증산에 반대해온 이란 석유장관이 이날 사우디 아리비아와의 회담을 통해 증산 가능성에 동의했지만 리비아와 알제리, 이라크 등 일부 산유국들은 2.4분기중 석유수요가 하루 300만배럴 이상 감소할 것이라며 증산압력에 계속 반발하고 있다.

이라크는 특히 미국이 유가인하를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을 압박,재앙으로 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메르 라시드 이라크 석유장관은 이날 관영신문 알-줌후리야 회견을 통해 이라크는 증산에 절대 반대한다고 강조한 뒤 "지금은 증산을 논의할 적기가 아니며 여름이 끝날 때까지 논의를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OPEC 회원국이지만 걸프전후 국제사회의 제제로 산유량 쿼터를 할당받지 못하고 유엔의 석유-식량 교환프로그램에 따라 하루 190만배럴의 석유수출을 허용받고 있다.

현재까지 OPEC 회원국 가운데 사우디와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이 증산에 동의하고 있다.

○...사우디 석유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증산에 합의한 이란의 비잔 남다르 잔가네 석유장관은 현재의 유가폭등은 OPEC 회원국의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라 투기적 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잔가네 장관은 리야드에서 이란국영 TV와 회견을 갖고 "내 생각으로는 고유가는 시장상황이 아니라 거래의 투기적 성격 때문이며 이들이 유가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봄철이 다가옴에 따라 유가는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잔가네 장관은 이어 미국이 산유국들과의 접촉을 통해 유가 하락을 위한 정치적 압력을 넣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OPEC는 석유시장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해 증산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고유가 추세를 막기 위해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8일밤(현지시간) 빌 클린턴 대통령이 OPEC에 대해 "즉각적인 증산"을 촉구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할 예정이다.

이 결의는 구속력은 없지만 클린턴 대통령이 OPEC에 대해 원유생산 쿼터를 즉각 늘리도록 압력을 행사할 것과 함께 외국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내 자원에 대한 연구개발비를 편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7일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산유국들이 유가안정을 모색하도록 촉구하고 고유가가 유지될 경우 모든 형태의 대응이 이뤄질 것이라고 압박을 넣었었다.

○...걸프지역 아랍 국가 관리들이 27일의 OPEC 회담을 4일 앞둔 23일 별도의 회담을 갖는다. 소식통들은 "GCC(걸프협력회의) 회원국 고위 관리들이 시장상황을 검토하기 위해 23일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히고 18일부터 OPEC 회담 전날인 27일까지 빈에서도 자주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엿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GCC 회원국들은 지난달 23일 리야드에서 회담을 갖고 세계경제에 해를 끼치지 않고 석유시장의 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었다.

(리야드.바그다드.테헤란 AP.dpa=연합뉴스) ycs@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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