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되려면 칭기즈칸 닮아라 … 준비 때 슬로 실행 땐 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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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호 24면

몽골 울란바토르 수흐바타르 광장에 세워진 칭기즈칸의 대형 동상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중앙포토]

상가 건물을 상속 받은 D씨. 매월 3000만원 정도의 임대수익을 얻고 있다. 2007년 친구들과 함께 경기도 용인에 있는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러 갔다가 떴다방의 꼬임에 빠졌다. 분양권에 투자하고 한두 달 안에 되팔면, 한 채당 1억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권유만 믿고 분양권을 세 개나 구입했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분양권은 거래가 되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잘못 투자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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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업소를 찾아다니면서 손해를 보더라도 처분해달라고 매달렸다. 분양계약을 마치고 6개월이 지나서야 한 채당 5000만원씩, 모두 1억5000만원의 손해를 보고 매도했다. 손해보는 게 두려워 계속 보유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2010년 입주 시점을 기준으로 한 채당 분양가에서 1억3000만원씩 밑돌았다. 총 3억9000만원을 손해보는 셈이다.

그때 손해를 보고 처분한 것이 잘한 선택이었다. D씨는 분위기에 편승해 투자했지만, 곧 잘못된 투자인 줄 깨닫고 미련없이 처분해 그나마 큰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이처럼 부자들은 미래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설령 손해를 보더라도 투자할 때보다 더 용기를 내어 처분한다. 그러나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손해가 커지는데도 용기가 없어 처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더 큰 손실을 보게 되며,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부자들은 계산기를 두들겨보지 않아도 돈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감각적으로 골라낸다. 그리고 더 많은 손해를 몸으로 체험하기 전에 처분한다. 부동산을 여러 개 소유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무차별 보유보다는 미래가치에 대한 옥석을 가린 후, 다이어트를 서둘러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숫자로 재미 보던 시대는 지나갔다. 여러 개의 부동산은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다. 여러 개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보유해야 할 부동산과 처분해야 할 부동산을 구분해 처리하는 것이 좋다. 앞으로의 시장은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이 선명하게 갈릴 것이다. 이렇게 시장이 세분화되면, 미래가치가 없는 부동산은 그야말로 애물단지 그 자체다.

우선 주거환경과 교육·교통여건이 처지는 지역은 매도를 고려해야 한다. 편의시설이 부족한 경우에도 처분하는 데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다가구주택은 세월이 흐를수록 건물 수리비는 많이 들어가지만 자산가치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재개발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빨리 처분하는 것이 좋다. 아파트도 가구수(나홀로 아파트)가 적거나 재건축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이 불투명하다면 계속 보유하기보다는 매도하는 것이 좋다. 오피스텔의 경우에도 임대수익이 떨어지거나 투자가치가 불투명하면 처분해 몸집을 가볍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주거문화가 여전히 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규모 주택단지일수록 투자가치는 하락할 수 있으므로 매도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솝우화에 암사자와 암여우 이야기가 있다. “암여우가 암사자에게 새끼를 오직 한 마리밖에 못 낳느냐고 비웃었다. 그러자 암사자는 태연하게 이렇게 말했다. 이봐 비록 한 마리라 할지라도 그건 바로 사자란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과감하게 버려라.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투자가치가 없는 여러 개의 부동산보다 10년 후에라도 미래가치가 확실한 하나의 부동산을 더 선호한다. 부자가 되려면 돈이 되지 않는 부동산은 쓰레기처럼 과감하게 버려야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몽골제국의 창업자인 칭기즈칸은 전쟁을 할 때 준비단계에서는 슬로(Slow), 슬로(Slow)를 강조하지만, 모든 전쟁 준비가 끝나면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하도록 퀵(quick), 퀵(quick)을 외치며 신속하게 공격했다.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빠르게 실행한다. 신속하게 결정해 실행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정글과 같은 부동산 시장에서 부자들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DNA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확실하게 찾아온 투자의 기회를 성공으로 연결시키고 만다. 돈이 되는 투자는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을 부자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신속하게 실행한다고 아무거나 손대지 않는다.

반면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결정을 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몇 년씩 걸린다. 또한 결정을 해놓고도 시간을 끌어 투자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이들은 신중함이 필요할 때 빠르게 행동하고 신속함을 요구할 때 오히려 느리게 행동한다. 손자병법에서도 “빠르고 신속하게 싸워야 살아남는다”고 했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와 전략을 가지고 있어도 스피드에서 뒤지면, 당신의 굿 아이디어는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가정주부 H씨. 재건축 아파트 투자에 10년째 열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 공부도 열심히 한다. 여기에 종잣돈도 여유롭게 준비되어 있었다. 모든 조건이 다 갖춰져 있었지만, H씨의 재건축 아파트 투자는 아직도 멀어 보인다. 결정했으면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항상 신속한 실행이 뒤따르지 않아 투자를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신속하게 실행하라. 결국 스피드가 떨어지면 좋은 투자의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다. 좋은 전략을 가지고도 신속하게 실행을 하지 않으면, 부자가 될 수 없다. 투자의 목표물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신중을 기해야 되겠지만, 일단 목표물이 정해지면 빠르게 행동하라. 부동산 투자의 세계에서 신속하게 실행하는 것은 성공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고준석 동국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크 부동산 재테크 팀장을 거쳤다. 전국을 누빈 끝에 부동산 전문 컨설턴트가 됐다. 2006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부동산 재테크 최고의 강사로 선정됐다. 최근 발간한 저서 『강남 부자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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