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뼈 건강 위해 허리 편 채 폼 잡고 걸어보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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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호 15면

옷을 벗긴다. 걸어보라고 하고선 머리부터 발끝까지 뚫어져라 바라본다. 여기저기 만지기도 한다.
순천향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양균 교수(사진·대한노인재활의학회 이사장)는 이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어깨·팔·목의 뼈·근육·인대에 문제가 생겨 신체 여기저기에 통증을 일으키는 ‘경견완(頸肩腕)증후군’ 환자를 진단하기 위해서다.

순천향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양균 교수가 말하는 어깨·팔·목 건강

경견완증후군은 온종일 컴퓨터 자판을 치는 것처럼 상체를 이용해 반복된 작업을 지속하면 나타난다. 이양균 교수는 “가랑비에 옷이 젖듯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진다”며 “자세까지 구부정하면 기름을 붓는 격이어서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설명했다.

경견완증후군에는 10여 가지 질환이 포함된다. ‘오십견’, 팔꿈치 관절 주위에 통증이 있는 ‘테니스 엘보’, 근육 수축이 원인인 ‘근막통증증후군’, 위팔뼈와 어깨뼈 사이 공간이 좁아져서 근육과 힘줄이 늘어지거나 찢어지는 ‘충돌증후군’ 등이 있다. ‘수근관증후군(손목터널증후군)’도 포함된다.

통증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거나 ‘게릴라’처럼 옮겨 다니기도 한다. 이 교수는 “의사는 진단을 내리기 힘들고 환자는 이 병원 저 병원 떠돌다가 조기 치료 시기를 놓쳐 만성병으로 이어지는 게 경견완증후군”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통증 환자는 원인을 찾기 위해 약 2년 동안 의료기관을 헤맨다.

이 교수는 “디스크를 예상해 X선, MRI(자기공명영상)를 촬영해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은 자세가 구부정해 발생하는 경견완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며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귀담아 듣고 신체를 면밀히 관찰해야 치료법이 보인다”고 말했다.

-손이 저리면 목디스크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손저림의 원인이 목디스크인 경우는 1% 미만이다. 영상촬영으로 디스크가 조금 튀어 나왔다고 해도 디스크가 아닐 수 있고 통증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누구든 나이가 들면 디스크가 나온다. 손저림의 원인은 다양하다. 근육(어깨 부위)이 뭉친 근막통증증후군, 손목터널증후군, 테니스 엘보 등이다.”

-목디스크와 비슷한 사례가 있나.
“다리가 아프면 허리디스크로 여긴다. 하지만 무릎관절염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관절염으로 걷기 불편하고, 이것을 보상하기 위해 허벅지 근육에 과부하가 걸린다. 이 영향으로 대퇴부에 통증이 생기고 허리디스크로 생각한다. 영상촬영은 환자의 통증 호소에만 기대기보다 이리저리 움직여 보게 한 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양균 교수는 치료에 있어서도 극약처방보다 근본치료에 집중한다. 그는 “테니스 엘보의 원인이 힘줄의 문제에 있다면 주사 치료가 중요하다”며 “하지만 자세가 좋지 않아 목뼈(경추)가 곧게 펴진 ‘일자목’이 원인일 땐 자세를 고치지 않으면 주사제가 소용없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선 투수의 어깨에 탈이 나면 하체도 함께 검사한다. 골반이 틀어지면 몸의 균형이 깨져 어깨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양균 교수의 진료 철학은 숲과 나무를 함께 보는 것이다. 잠깐 환자 보고 영상촬영 정보에 의존하는 ‘주마간산(走馬看山)’식 진료와는 차별된다.

경견완증후군의 진원지를 찾기 위해 환자와 ‘스킨십’을 하다 보면 진료 시간이 길어진다. 이 교수는 하루에 많은 환자를 봐도 약 20명에 그친다. 알음알음으로 그의 진료법이 알려지며 전국에서 통증 환자들이 온다. 이 교수의 환자였다가 통증 치료를 잘한다는 입소문이 난 의사에게 갔던 이들도 다시 그를 찾는다.

이 교수는 “통증 환자들은 의사를 만나면 금방 치료될 것으로 여긴다”며 “하지만 반에서 꼴찌인 학생에게 수백 만원짜리 과외를 시킨다고 곧바로 성적이 오르진 않는다”고 비유했다. 경견완증후군은 증상과 원인에 따라 운동·약물치료를 병행하고 통증이 심하면 수술을 한다.

-경견완증후군을 악화시키는 자세는.
“구부정한 자세다. 특히 목뼈(경추)는 서든 앉든 측면에서 봤을 때 ‘C’자형이어야 한다. 하지만 목뼈가 목뼈 밑의 흉추보다 앞으로 나간 일자목은 주변 근육이 머리를 지탱하기 위해 항상 긴장해 통증을 일으킨다. 목뼈의 모양이 바르지 않으면 도미노 효과처럼 어깨·팔·다리 전신에 영향을 준다”

-목뼈와 주변 근육의 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상체는 가만히 두고 고개를 들었을 때 천장이 정면으로 보이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고개를 숙였을 땐 턱이 가슴 위에 닿아야 한다.”
이양균 교수가 경견완증후군을 예방하고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족보를 공개했다. “한껏 폼을 재는 듯한 자세가 좋아요. 허리를 곧추 세워 등에 골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가슴과 어깨는 활짝 펴고 턱을 당기면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의자에 앉아 있을 땐 무릎의 위치가 엉덩이 보다 높지 않아야 한다. 엉덩이와 허리의 각도는 90도여야 한다. 소파처럼 푹신한 곳에 앉을 땐 작은 쿠션을 소파와 허리 사이에 받치는 게 좋다.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컴퓨터의 모니터 높이는 모니터 중심이 사용자의 코에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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