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경험 제공하는 휴먼인터페이스 전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월의 봄향기가 물씬 묻어나는 연세대 캠퍼스 언덕을 오르는 길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가쁜 숨을 헐떡이며, 얼굴에 배어나는 땀방울을 미처 닦을새도 없이 도착한 곳은 바로 연세대학교 맨 끝 경영대학 6층에 위치한 ''휴먼 컴퓨터 인터페이스 랩(hci.yonsei.ac.kr)''.

작년 10월, 김진우 교수를 주축으로 한 HCI Lab. 에서는 두툼한 책 한권을 발간했다.
''고객중심의 인터넷비즈니스 개발 방법론'' 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등장한 이 책의 제목은 인터넷비즈니스.COM 이다. 맨처음 서점에서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너무 두껍고, 무겁군!'' 이라는 느낌이 앞섰다. 그러나 그러한 느낌도 한순간, 한장 한장 넘겨가면서 점차 그런 느낌은 사라지고 저절로 환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간 학계에서 발간한 책 가운데 이처럼 쉬운 용어로 친절한 그림까지 곁들여 독자를 배려한 책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아마도 ''인간과 컴퓨터간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하면 좀더 현실화 시킬수 있을까'' 라는 화두를 안고 만들어진 책인만큼 독자들에게도 그런 휴먼 인터페이스를 전달하고자 하는 마인드가 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 녹아들어갔는지도 모른다.

혹자는 말하길 그동안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체 매일 쏟아져 나오는 요즘의 인터넷 관련 서적과 달리 인터넷 비즈니스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일종의 ''바이블''과도 같은 책이라고 극찬했다.

휴먼 컴퓨터 인터페이스 연구실!

연세대 HCI Lab. 은 경영학, 인지과학, 디자인, 컴퓨터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가 모여 연구하는 학제간 프로젝트 그룹이다. 리더를 맡고 있는 김진우 교수는 이 분야만 10년째 연구를 한 인터페이스 전문가.

''HCI Lab. 은 매년 새로운 연구 화두를 선정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만큼 그 연구범위도 무척 폭넓다고 할수가 있지요. 올해는 최근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무선인터넷''이 연구과제입니다!''

김진우 교수는 2월말 제 2회 무선인터넷포럼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발표했다.
특히, 무선인터넷 환경에 적합한 OMIS(Optimized Mobile Internet Service)구현에 대해 강조하고 그와 관련한 다양한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짧은 인터뷰, 멋진 만남

''이젠 제법 습관처럼 길들여진 강의지만 언제나 첫수업은 왠지 긴장되고 떨리는군요!''라고 말하는 김진우 교수. 정돈된 눈빛과 친절한 말투가 무척 인상적인 김진우 교수와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 맨 처음 교수님의 저서인 ''인터넷비즈니스.COM''을 읽고서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나온 비즈니스 서적치고는 무척 혁신적이다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궁극적인 인터넷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은''개개인의 고객에게 최적의 경험(optimal Experience)을 제공하는 것'' 이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더욱 더 많은 공감을 했는데, 그러한 논지에 어떤 특별한 배경이 있습니까?

글쎄요. 특별한 배경이 있다기 보다는 경영정보학을 전공했고 또 10년간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어떤 일을 하든지 ''사람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 라는 목적이 반영된 것이겠지요. 디지털시대에는 인간과 컴퓨터가 잘 어울릴 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시너지는 휠씬 더 커지겠지요. 고객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비즈니즈적인 부분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 요즘 대학가에는 창업열풍이 한창입니다. 리서치 결과에 의하면, 졸업후 진로에 대한 질문 가운데 30%이상이''창업을 하겠다''라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벤처주식이며 젋은 CEO들을 보면서 막연한 환상에 사로잡혀있는 학생들도 꽤 될텐데. 요즘 실용학문만 추구함으로써 대학 본연의 기능은 상실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기는군요.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생들의 창업, 동시에 교수님께서는 사업을 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미소지으며) 일단 저는 창업에 대한 생각은 없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바쁘니까요. 그러나 학생들의 창업은 적극 도와주고 싶습니다. 현재 HCI Lab. 출신 학생들이 창업한 업체만 벌써 3개나 되지요. 주로 웹컨설팅과 리서치를 하고 있어요. 특히 경영정보쪽은 응용학문이기에 산학협동이나 실무 비즈니스와의 연계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봅니다!

▣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 가운데 한국시장에 가장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물론 어느 분야이든 인터페이스는 중요하지만,''이분야만큼은 가장 중요하다! 라고 답변하신다면 어떤것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가장 중요한 분야는 아무래도 C2C(Customer to Customer) 부분이 될 것 같군요. 왜냐하면 바로 그러한 모델이 인터넷의 핵심적인 특징인 상호작용성과 의사소통성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종래의 stationary 한 인터넷보다는 mobile 한 인터넷을 매개로 하는 분야가 앞으로는 중요하리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인터페이스 관점에서 본다면 ''기존 PC가 에쿠스라면 핸드폰은 티코이기 때문이지요!'' HCI 입장에서는 티코를 타는 사람에게 마치 에쿠스를 타는 듯한 경험을 제공해 주어야 하니까 그 만큼 더 어렵지만 반대로 그만큼 더 HCI 가 할 일은 많아진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사람을 아끼는 정신

김진우 교수는 30분이라는 짧은 인터뷰 동안에도 학구적인 知人의 향기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휴먼컴퓨터인터페이스 분야만 10년째라니. 다듬어진 깊이와 노하우로 이제 봄을 맞아 활짝 핀 개나리처럼 인터넷 비즈니스업계에 혜안을 던져주리라는 기대감마저 솟았다.

너무나 평범하기까지 한 ''사람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 는 그의 작은 소망은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인터넷 경영마인드의 핵심인 ''사람을 아끼는 정신'' 과 일맥상통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