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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증권사 쥐락펴락 … ‘수퍼갑’ 국민연금공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대학 동문이나 전직 동료가 근무하는 증권사는 봐주고, 비위 사실을 제보한 데는 불이익을 주고….

 국민연금공단(이사장 전광우) 기금운용본부는 평소 금융계에서 ‘수퍼 갑’으로 통한다. 국내외 주식·채권시장에 340조원이 넘는 돈을 굴리기 때문이다. 이런 권력을 악이용한 비위의 일단이 6일 공개됐다. 감사원 감사에서다.

 기금운용본부의 수장은 본부장이며, 금융계의 황제로 불린다. 오모 전 본부장은 2007년 거래증권사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발표하기 전 이 내용을 미리 보고받았다. 평가에서는 탈락한 증권회사 두 곳을 거래증권사로 되살리도록 주식팀장에게 지시했다. 대형 회사가 탈락하는 게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다는 이유를 댔다. 이 때문에 다른 두 회사가 탈락했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사고팔 때 증권회사가 중개한다. 증권회사는 여기서 수수료(거래액의 0.15%, 연간 470억원)를 받는다. 이때 분기마다 실적을 평가해 성적이 좋은 34곳을 선정해 거래를 맡긴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2008~2010년 58회나 등급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장이 이러다 보니 그 밑의 간부는 한술 더 떴다. 장모 증권운용실장은 지난해 9월 국민연금이 소유한 호텔 청풍리조트 이용권을 강매한 사실을 국회에 제보한 증권사를 보복했다. 평가등급을 깎아 탈락시킨 것이다.

 장 실장은 2008년 12월 주식팀장일 때 대학 동문이 영업담당자로 근무하는 증권사 두 곳의 평가 점수를 조작해 거래증권사로 선정했다. 두 회사는 각각 1020억원과 959억원의 주식거래를 배정받아 2억5000만원가량의 수수료를 챙겼다.

장 실장은 기금운용본부 퇴직자가 대표이사를 맡은 자산운용사와 다른 퇴직 간부가 자산운용본부장인 K증권의 평가를 조작해 거래증권사로 선정했다. 전관예우였다.

 국민연금은 또 2009년 12월 기금운용본부 직원 89명이 거래증권사인 D사의 관계회사 연수원(고양시 소재)에 연찬회를 가면서 비용을 대납하도록 했다. 연찬회 전에 실제 경비의 절반도 안 되는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연수원에 통보했고 행사 후 비용의 47%만 공단이 냈다. 나머지 612만원은 D사가 냈다. D사는 연찬회에 고급 양주(발렌타인 21년산) 10병(시가 165만원)을 제공했고 공단 직원 10여 명의 나이트클럽 술값(45만원)을 계산했다. 여기에는 공단 준법감시인도 있었다.

 또 거래증권사의 담당자가 1년이 지났는데도 인사를 오지 않고 상가에서 처음 마주치는 등 신경을 안 쓴다는 이유로 등급을 내렸다. 반면 친한 증권사 담당자의 승진을 돕기 위해 등급을 올린 경우도 있다. 감사원은 장 실장은 해임을, 방조한 간부 두 명은 경징계를 요구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이철재 기자

국민연금 비위·업무 오류 실태

▶대학 동문 봐주기

- 주식 거래 중개 증권사 선정 때 평가 점수 조작

▶전관예우

- 전직 간부가 대표이사인 자산운용사 평가 점수 올리기

- 전직 간부가 임원인 증권사 등급 올리기

▶비위 제보 증권사 불이익 주기

- 공단 소유 호텔 이용권 강매 사실 제보한 회사를 거래증권사에서 탈락시켜

- 비협조적이거나 신경 안 쓰는 증권사 평가 등급 내려

▶거래증권사 향응 받기

- 워크숍 비용 절반(612만원) 대납

- 워크숍 때 고급 양주(발렌타인 21년산) 10병 제공받아

- 나이트클럽 술값(45만원) 대납

▶기준수익률 밑도는 해외부동산 구입

자료 :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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