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교량 하중 시험 … 175t 트레일러, 동천교 건널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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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가 지난 2일 오전 1시 대구시 북구 매천대교에서 H빔을 실은 트레일러(전체 무게 104t)를 이용해 교량 안전시험을 하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제공]


지난 3일 0시 대구시 북구 동천교. 강철로 된 H빔을 실은 거대한 트레일러가 교량을 반복해서 지나갔다. 교량 상판 아래에는 다리가 처지는 정도를 재는 변위계와 다리가 휘어지는 것을 측정하는 변형률계 등 12개의 계측 장치가 설치됐다. 시험은 3시간 동안 이어졌다. 2일 북구 매천대교에 이어 두 번째 교량 재하(載荷)시험이다. 구조물에 하중을 가해 지지력과 안정성을 점검하는 작업이다.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김문화 건설1과장은 “도시철도 3호선의 궤도 빔을 운송하기 전에 다리의 안전성을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궤도 빔 위를 운행하는 전동차 조감도.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가 도시철도 3호선(모노레일)의 콘크리트 궤도 빔(Beam) 설치 공사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궤도 빔과 트레일러의 무게가 많이 나가 교량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서다. 궤도 빔은 전동차가 다니는 길로 철로와 같은 역할을 한다.

 건설본부는 다음달 초 궤도 빔을 교각 위에 얹는 작업에 들어간다. 2013년 3월까지 전 구간에 1316개를 설치한다. 이 가운데 금호강과 신천의 다리를 건너 운반해야 하는 궤도 빔은 각각 474개와 410개다.

 문제는 궤도 빔 가운데 무거운 것이 많다는 점이다. 가장 긴 30m짜리 궤도 빔(폭 0.85m·높이 1.8m)은 한 개 무게가 85t이다. 이를 실어나르는 트레일러도 초대형이다. 차 무게가 85t이고 궤도 빔을 받치는 거치대(5t)를 포함하면 90t이다. 이 차량은 길이 42.3m에 바퀴가 130개다. 차량과 궤도 빔 무게를 합쳐 최대 175t이 다리를 통과해야 한다. 이는 대구시가 운송한 물체 중 가장 무거운 것이다. 일부에서 교량의 안전을 우려하는 이유다.

 건설본부는 앞서 경기도 평택·용인과 인천시 등 중량물을 운반한 도시의 사례를 파악하기도 했다. 평택시의 경우 297t짜리 발전기 등을 10여 차례 옮겼지만 다리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건설본부 측은 궤도 빔 수송로의 19개 교량·지하차도가 총 중량 232t까지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돼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궤도 빔 트레일러가 지속적으로 통행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재하시험에는 H빔 19t을 실은 트레일러(전체 무게 104t)가 동원됐다. 교량 안전을 위해 최고 무게(175t)의 60%로 시험한 것이다. 여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환산하면 통과 가능 여부가 확인된다.

 재하시험을 맡은 경북대 박문호(토목공학) 교수는 “매천대교의 경우 다리가 처지는 허용치가 10㎝이지만 트레일러 통과 때 7㎜ 정도만 변형돼 일단 문제가 없었다”며 “차량이 길고 축이 많아 하중이 분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다리의 안전 여부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이달 안으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홍권삼 기자

◆대구 도시철도 3호선(모노레일)=수성구 범물동∼북구 동호동 23.9㎞로 30개의 정거장이 들어선다. 전체 695개의 교각에 궤도 빔을 설치하고 그 위로 무인 전동차가 다닌다. 공사비는 1조4282억원, 2014년 10월 완공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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