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이상한 3D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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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작되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갯수는? 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 협회에 등록된 수치만도 33편. 그 외의 작품까지 합한다면 40편 가까이 된다. 그중 극장용 장편이 10여편, 그리고 나머지가 OVA(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와 TV 애니메이션이다.

이들 33편 중에서 3D 작업이 들어가는 애니메이션은 〈셀마〉 〈가이스터스〉 〈천년왕자 가우치〉 〈엘리시움〉 〈큐빅스〉등 놀랍게도 15편가량 된다. 최근 몇년 사이 애니메이션 제작 붐이 일어났고 그리고 그 붐은 바로 3D로 이어졌다. 이는 현재 제작되고 있는 장르가 SF·액션물이 많다는 것, 국내의 자체 게임 제작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사람들은 2D로만 구현을 하거나 3D로만 구현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2D와 3D 작업이 같이 들어가는 경우는 제작 예산이 늘어난다는 것.
2D와 3D를 함께 표현을 할 경우 둘 사이의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3D를 2D처럼 보이도록 해야한다. 특히 3D의 금속성 느낌을 없애야 하는데, 그 작업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작업은 2D의 질감을 스캔해서 3D에 입히는 식의 까다로운 작업이 추가된다.

그러면 왜 구현도 어렵고 제작비도 많이 드는데도 굳이 3D를 고집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3D로 쉽게 표현해 낼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제작물의 장르가 거의 SF 액션물인것을 감안하면 그 이유는 더욱 설득력이 있다.

실감나는 미래사회 배경과 자동차, 무기류 등의 생동감 있는 연출은 3D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사실적이다. 특히 2D 애니메이션 기술이 그리 발달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와는 반대로 인물들의 표정이나, 질감, 옷감 등에 대한 부분은 2D로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이렇듯 서로의 장점만을 취하다 보니 자연스레 혼용 작품이 늘어나는 것이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에서 3D 열품이 시작된 것은 대략적으로 1997년 즈음이다. 이때부터 기획을 시작해 지금까지 완성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도 몇몇 된다.

3D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이유의 하나는 현재 흘러가는 대세가 그렇고, 3D·디지털 애니메이션 장비는 초기 비용은 많이 들어가지만, 전체적으로는 제작비 절감효과가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해 많이 제작한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이나 미국·유럽의 2D 기술은 따라가기 힘들지만, 3D는 아직 기술적으로 격차가 크지 않아 발전가능성이 높은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한다.

지금의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 하나를 보고 만들진 않는다. 그 외의 부가사업 즉 캐릭터, 게임, 음반까지 고루 부가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하나의 기본 소스가 된다. 이 부가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기본이 될 수 밖에 없고 컴퓨터를 사용하다보면 3D 작업은 더욱 쉽게 들어가게 된다.

미국·일본에 이은 세번째 애니메이션 생산국. 그럼에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위주의 작업 방식때문에 이렇다할 작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작품이 자체 기획·기술로 제작된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애니메이션의 자체 발전보다 부가수익이라는 거품으로 치장되어 확대되어가는 이 사업이 자칫 염려스럽다. 혹 잿밥에 눈이 멀어 제사를 망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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