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수술 뒤 계속되는 통증, 꼬리뼈 내시경술로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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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연통증클리닉 의료진이 척추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꼬리뼈 내시경술을 시행하고 있다. 꼬리뼈 부분 피부를 약 5㎜ 절개해 내시경이 달린 카테터를 넣어 염증을 치료한다.

척추 환자는 수술을 꺼린다. 수술은 성공적이라는데 통증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이다. 수술 부위가 아물며 신경에 영향을 줘 발생한다. 증상이 심하면 재수술을 받는다. 최근 수술 없이 척추 수술 후 통증을 개선하는 시술법의 이점이 확인되고 있다. ‘꼬리뼈 내시경술’이다. 세연통증클리닉이 최근 열린 대한통증학회 학술대회에서 이 시술법의 효과를 발표했다.

 환자 5~30% 수술 성공해도 통증 호소

척추 수술을 받았는데도 계속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다. 허리·다리에 저림증과 감각이상도 동반된다. ‘수술 후 통증 증후군’ 증상이다.

 세연통증클리닉 최봉춘 원장은 “척추 수술 환자의 5~30%가 성공적인 수술 후에도 통증에 시달린다”며 “수술 부위가 회복하면서 척추신경에 달라붙는 유착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경이 자극받고 염증이 생겨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은 우선 운동과 주사제로 치료한다. 증상이 낫지 않으면 ‘신경성형술’을 시행한다. 통증 부위를 절개하지 않는 비수술 치료법이다. 가느다란 관인 카테터를 척추신경의 유착된 부위에 넣어 약물로 염증을 치료한다. 달라붙은 부분도 떨어진다.

 세연통증클리닉 조재현 부원장은 “하지만 X선 영상장치에 의존해 치료하기 때문에 병소 부위를 정확히 보지 못해 시술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급·만성 및 심각한 통증 환자는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신경성형술보다 통증 개선 효과가 좋은 시술법의 성적이 발표됐다. 세연통증클리닉 의료진이 지난달 말 대구 호텔 인터불고 엑스코에서 열린 제52차 대한통증학회 학술대회에서 ‘꼬리뼈 내시경술’의 결과를 소개했다. 카테터 속에 1㎜의 가느다란 내시경을 넣어 눈으로 확인하며 하는 시술이다.

 세연통증클리닉은 2009년 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수술 후 통증 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8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꼬리뼈 내시경술과 신경성형술을 시행하고 치료 결과를 비교했다. 환자의 38%는 재수술을 고려할 정도로 중증이었다. 나머지 환자는 통증으로 수면장애와 우울증이 심해 일상생활이 힘들었다. 시술 후 1주일, 3주일, 3개월, 6개월, 12개월 시기에 허리 통증과 허리 통증이 다른 신체 부위로 퍼지는 방사통을 관찰했다. 최 원장은 “그 결과 꼬리뼈 내시경술을 받은 그룹은 통증이 60% 감소해 신경성형술의 30%보다 좋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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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시경으로 정확하게 약물 주입

꼬리뼈 내시경술은 199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시술 과정은 이렇다. 꼬리뼈 부분을 부분마취한다. 이곳에 약 5㎜를 절개한 후 지름 1㎜ 초소형 내시경 카메라와 카테터를 통증이 발생하는 부위에 넣는다.

 내시경 카메라가 들어가는 부위는 척추신경을 싸고 있는 경막외강이다. 척추와 경막외강 사이에는 약 1㎜의 공간이 있다. 이곳에 초소형 내시경 카메라와 카테터가 들어간다.

 최 원장은 “꼬리뼈 내시경술은 신경성형술과 달리 내시경 카메라로 통증 부위를 보며 정확히 약물을 주입한다. 주변 신경과 조직을 건드릴 위험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조 부원장은 “척추 수술 후 유착 범위가 넓어도 쉽게 박리할 수 있어 통증지수를 많이 감소시킨다”고 덧붙였다.

 시술시간도 약 30분으로 짧다.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직장인이나 주부, 노인 환자도 부담이 작다. 꼬리뼈 내시경술은 초기 허리디스크뿐 아니라 중증, 척추관협착증 환자,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진단되지 않는 허리 통증에 적합하다.

 세연통증클리닉은 최근 꼬리뼈 내시경 수술에 레이저를 접목했다. 지난해 말 미국 척추 전문의 로스테인 박사와 최봉춘 원장이 국내 처음으로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을 선보였다. 최 원장은 “레이저 내시경술은 부은 인대나 디스크 크기까지 줄일 수 있다. 일반 꼬리뼈 내시경 시술보다 치료 효과가 30%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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