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2000] 인터넷 유토피아만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기성세대들은 인터넷 벤처기업을 하는 신세대들에 의해 주도되는 ''디지털 혁명'' 에 대해 적지 않은 경외감을 나타낸다.

조그만 사무실에 컴퓨터 몇대가 고작인 기업에 수조원대의 돈이 모이는 현실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신세대에 대한 경멸과 질시의 마음도 없지 않다. 우선 인터넷사업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것은 거품 아닌가" 로부터 시작, "매출도 없이 투자만 받아서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하는 등 기업경영의 원론차원에서 시비를 건다. 더 나아가 "누구는 무슨 외제차를 탄다더라" "룸살롱이 터져나간다"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다" 는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진다. 마치 1970, 80년대 ''땅투기 졸부'' 들을 대하는듯한 반응이다.

특히 기성세대들은 그동안 너무도 당연히 여겼던 금과옥조들이 한갓 휴지쪽으로 변하는데 심한 현기증과 함께 분노마저 느낀다.

바로 우리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인터넷 아노미'' 현상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시대의 빠른 변화에 의식이 쫓아가지 못해서 일어나는 괴리감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아노미는 신세대와 구세대간의 현상만은 아니다. 소위 신세대 중에서도 다시 새로운 분화가 급속히 진행된다.

인터넷의 세계에서는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기술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아이디어와 기술들은 서로 보완관계를 맺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하며 새로운 시대의 행동양식을 만들어낸다.

이런 양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적자생존의 사회에서 생존자가 된다. 이들에게는 상당한 부와 명성이 보장된다.

그러나 적응에 실패하거나 낙오할 경우 이들은 가차없이 내던져진다. 이런 분화는 상시적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인터넷 아노미도 일반적인 현상이 된다.

모든 사람들이 탈락자의 대열에 서지 않도록 끊임없이 몸부림쳐야 한다. 인터넷은 우리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한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는 우리에게 반드시 ''유토피아'' 만을 약속하지 않는다. 반대로 그 세계는 무한한 생존투쟁이 이어지는 ''디스토피아(dystopia)'' 도 될 수 있다.

인터파크 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