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베를린영화제 작품상 엔더슨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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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를린영화제 최우수작품상(황금곰상)을 수상한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매그놀리아〉(국내 개봉 4월초 예정)는 이달 말 열리는 아카데미에서도 최우수 남우조연(톰 크루즈)·최우수 주제가(에이미 만)·최우수 각본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황폐한 인간 관계 속에서도 잃어버릴 수 없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참신한 형식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땄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이런 저런 '마음의 상처'를 가진 9명의 인물들이 서로 얽혀 들어가는 이야기를 모자이크 식으로 구성했다. 제목의 원뜻인 '목련'이 가진 여러 빛깔만큼, 다채로운 인간의 운명이 무지개처럼 펼쳐진다.

앤더슨은 〈부기나이츠〉에 이어 〈매그놀리아〉로 입지를 확실히 함으로써 스물 아홉의 나이로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스스로 '내 유전인자에는 영화가 새겨져 있다'고 너스레를 떨만큼 그는 타고난 영화광 출신이다. 그래서 '제2의 타란티노'로 불리기도 하지만 영화를 다루는 재치나 기술에서는 몰라도, 사회와 인간을 보는 깊이는 타란티노를 앞서는 듯 싶다. 어떻든 그는 미국 젊은 감독들이 결여했다고 지적 받아온 지성과 철학을 갖추고 있어 당분간 세계 영화계의 관심권 안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매그놀리아〉는 영화 후반 하늘에서 우박처럼 쏟아지는 '개구리 비' 장면이 충격적이다. 이번 베를린 영화제에서도 그는 가는 곳 마다 '개구리 비'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시달려야했다.

- '개구리 비'를 내릴 때 혹시 당신이 신이 된 듯한 느낌을 가진 건 아니었나.

"그 장면에서 관객들이 대단한 정서적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그만큼 디지털 효과가 뛰어났다. 개구리들은 대부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것이다. 약 1백만마리 정도 될 거다. 그 장면은 구약에 나오는 재앙이나 징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사실 고양이나 개를 택할 수도 있었지만 개구리가 비용이 쌀 것 같아 택했을 뿐이다. 실제로 '개구리 비'가 영국에서 있었다고 한다. 회오리나 폭풍 같은 기후 변화에 의해 생긴다고 들었다. 신이 된 듯한 느낌? 개구리를 만들어 낸 컴퓨터 그래픽 전문가들은 그런 느낌을 가졌을 지 모르겠다."

- 영화에 등장하는 아버지와 아들, 딸들은 죽음에 임박해 서로 화해한다. 이런 손쉬운 화해는 이제 스물 아홉살 먹은 당신에게 너무 도덕적이지 않나.

"영화 속 인물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편에 서는 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걸 도덕적이라고 부른다면 나로서는 어쩔 수 없다. 나는 진실된 것, 사랑을 향한 갈망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건 도덕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게 아닐까."

- '여성을 유혹하는 법' 강사로 나오는 톰 크루즈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관객들이 〈매그놀리아〉를 톰 크루즈의 영화로만 볼까 걱정스럽지 않나.

"영화의 본질과 관련된 어떤 부분에서 '톰 크루즈의 영화'인 건 사실이다. 사실 매스컴이 톰 크루즈에게만 관심을 집중한다면 영화가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걱정한 적도 있다. 그런데 그건 기우였다. 기자회견이나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개구리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성공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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