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김정은은 건륭제와 가경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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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한 사이트에 ‘북한판 건륭과 가경’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 도중 후계자 김정은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에 해석을 붙인 것이다. 사진은 김정일이 김정은의 앞날을 걱정하듯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에 한 네티즌이 “내 시대의 끝이 보인다”는 뜻의 문구를 삽입, 김 부자를 청나라 건륭ㆍ가경제에 빗댔다.

건륭ㆍ가경제의 역사적 내용은 이렇다. 건륭제(재위 1735년~1796년)는 청나라 6대 황제로 어릴 때 ‘제왕의 자질’을 보여 황위를 물려받았다. 황위에 오른 그는 내치를 다진 뒤 위구르ㆍ티베트 등을 복속시키고 영토를 확장했다. 최대의 편찬사업인 ‘사고전서’를 펴내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서방과의 외교가 끊어지고 여기저기서 반란이 일어났다. 부정부패에 찌든 관리로 인해 국고가 비어갔다.

이후 가경제(재위 1796년~1820년)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그러나 4년간 태상황제로 있으면서 아들을 조정했다. 가경제는 아버지 그늘에서 허수아비 역할을 했다. 역사에 남을 업적도 거의 세우지 못했다. 이 네티즌은 김정은이 국방위원장 자리에 올라도 김정일의 섭정 아래 어떤 업적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걸 표현했다.

한편 비슷한 시점에 북한의 대외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김일성방송대학의 한 논문을 인용해 계승의 중요성과 후계자의 자질을 언급했다. 요약하자면, 계승은 “나라의 전도와 관련된 사활적인 중대사”이고, 후계자의 자질은 “김일성 주석의 풍모, 수령에 대한 충실성, 인민 대중에 대한 사랑, 문무의 겸비”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실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대외적으로 선전할 치적이 없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권을 이어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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