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아이들끼리 물놀이 이제 그만…조용한 여름, 시원한 여름 보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1면

김상현
아산소방서 방호예방과장

요즘 날씨는 여름이 턱밑에까지 온 느낌이다. 수박, 물놀이, 바캉스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하지만 매년 여름철이 되면 어김없이 물놀이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올 여름은 무더위가 일찍 시작되고 또 길게 이어진다고 한다. 물놀이 안전사고가 특히나 걱정스럽다.

개인적으로 ‘물놀이’하면 떠오르는 씁쓸한 추억이 있다. 몇 해 전 외국의 호수로 가족여행을 간 적이 있다. 호숫가에는 바닷가와 같은 백사장이 있고 많은 사람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두어 시간 놀고 나서 아내와 짐을 챙기기 위하여 아이들에게 놀고 있으라 하고 잠시 짐을 챙기러 갔다. 짐 정리가 거의 끝날 즈음 경찰관이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가만 들어보니 “두 명의 한국 어린이 부모”를 찾고 있었다. 내가 부모라 했더니, 나를 호숫가의 임시 경찰서로 데리고 갔다. 거기에는 수영복만 입고 떨고 있는 내 두 딸이 서 있었다. 경찰관은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확인하더니, “왜 위험한 호숫가에 초등학생인 어린아이들만 방치했느냐?”고 따졌다.

금방 돌아올 예정이었으며, 아이들에게도 물 밖에서만 놀고 있으라는 말을 남겼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경찰관은 어린이들은 부모 말을 잊어버리고 금방 물속에 들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짐을 챙기러 간다면 당연히 애들을 데리고 갔어야 했다고 훈계를 했다.

100% 맞는 말이었다. 여름철에 우리주변은 어떠한가? 어린이끼리만 물에 들어가 노는 것은 다반사이고, 심지어는 음주 후 수영을 하는 사람을 적지 않게 목격한다.

 지난 한해 충남지역 전체에서 일일 820명, 연인원 1만6652명이 참여해 892명을 구조했다. 하지만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중 47%가 10대다. 물놀이 안전사고는 물에 빠져 사망에 이르는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소방서에서 익사사고 예방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가족과 주변사람을 챙겨야만 해결될 수 있다. 아무쪼록 올 여름은 ‘조용한 여름, 시원한 여름’이기를 바란다.

김상현 아산소방서 방호예방과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