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LCD의 반격 … 오늘부터 8.5세대 양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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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중국 전자업체 징둥팡(京東方·BOE)그룹이 한국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8.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양산 체제에 28일부터 돌입한다. 중국 시장에서 중국 토종 업체와 외자 업체를 통틀어 8세대 LCD 양산을 시작한 것은 징둥팡이 처음이다.

 징둥팡은 2003년 한국 하이닉스의 LCD 부문을 인수한 뒤부터 LCD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해 TFT-LCD 부문에서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해 기술을 이전 받은 뒤 이제는 한국 기업을 위협하는 수준이 된 것이다.

 BOE 사정에 밝은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27일 “BOE가 베이징 이좡(亦莊)경제기술개발구에 위치한 공장에서 8.5세대 LCD 양산 돌입을 28일 공식 선언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 자리에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자칭린(賈慶林·가경림) 주석이 참석할 예정”이라며 “중국 정부가 중국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일(7월 1일)을 앞두고 중국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LCD 공장 가동을 중요한 이벤트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징둥팡이 8.5세대 LCD 기술을 토대로 양산 차제에 돌입한 사실을 중국공산당의 통치 성과로까지 중시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라인 가동 일정을 3개월가량이나 앞당겨 조기에 생산에 들어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징둥팡은 2009년 8월 매달 9만 장의 8.5세대(유리기판 크기 2200㎜×2600㎜) LCD 패널을 생산하는 라인을 착공해 양산체제를 완성했다. 중국 LCD 업계에 따르면 당초 중국 광둥(廣東)성에 본사를 둔 중국 업체 TCL도 2009년 생산 허가를 받아 8.5세대 LCD 양산을 서둘렀으나 일본 대지진 와중에 장비 수입이 늦어지면서 징둥팡에 선수를 뺏긴 것으로 알려졌다.

 징둥팡이 양산 체제에 돌입함에 따라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와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2007년 7월부터 8세대(2200㎜×2500㎜) LCD를 양산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는 2009년 3월부터 8세대 LCD를 양산 중이다.

 LCD 업계 관계자는 “징둥팡을 필두로 한 중국 기업들이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기술력 측면에서도 한국 기업을 맹추격하고 있어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8.5세대(2200×2600㎜)=LCD에서 ‘세대’는 유리기판 사이즈를 얼마나 크게 뽑아낼 수 있는지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가령 40인치와 46인치 패널 제작용으로 쓰이는 7세대는 1870×2200㎜인 데 비해 46인치와 55인치 패널을 주로 뽑는 8세대는 2200×2500㎜다. 세대가 바뀌려면 직전 세대의 가로와 세로 중 긴 쪽(2500㎜)이 다음 세대의 짧은 길이가 돼야 한다. 즉, 9세대가 되려면 2500×2900㎜ 정도여야 하나 징둥팡은 여기에는 못 미쳐 8.5세대라고 불렀다. 일본 샤프는 8세대에서 곧바로 10세대(2880×3130㎜)로 건너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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