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당권 주자 인물 탐구 ⑤ 원희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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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고사, 서울대 입학, 사법고시에서 수석(首席)을 한 한나라당 원희룡(사진) 의원은 정치인이 되기 전부터 유명했다. 16대 국회에 들어온 뒤엔 소장 개혁파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은 “변했다”는 공격을 소장파에서 받고 있다. 친이명박계 상당수가 그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대표에 도전하면서 한나라당에선 좋은 지역구로 꼽히는 서울 양천갑에서의 총선 출마를 포기하겠다고까지 선언했지만 경쟁 후보들은 “서울시장직을 노린 포석”이라고 깎아내렸다. 원 의원은 27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당을 화합시켜 내년 총선·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나부터 어떤 전제조건도 없이 기득권을 버렸다”며 “당 대표를 발판으로 서울시장에 도전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대표가 된다면 총선·대선을 승리로 이끌 방도가 있나.

 “한나라당이 책임을 지는 집권당의 모습을 보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그 다음이 복지나 개혁정책이다. 여당은 임기 마지막까지 국정 책임을 져야 한다. 대선 주자들도 이명박 정부와 협력과 공존 아래 긍정적으로 차별화해야지 충돌과 분열로 가선 안 된다. 대통령과 대선 주자를 조율할 화합형 대표가 되겠다. 홍준표 후보처럼 좌충우돌의 독불장군이 대표가 되면 내년 대선 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

 -총선 불출마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데.

 “보수정권 재창출에 실패한다면 중국에 가서 탈북자 인권운동을 하든, 무엇이든 밑바닥에서 처절하게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로 지역구를 포기했다. 서울시장에는 관심 없다.”

 -차라리 차차기 대선 출마를 위한 것이라고 하면 고맙겠다고 했는데 2017년 대선을 노리나.

 “당 대표가 되고 한나라당의 재집권에 기여한다 해도 백의종군하겠다. 나 스스로 시대정신과 국민의 마음을 담는 그릇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면 미래의 가능성은 열릴 수 있지 않겠나.”

 원 의원은 대학 시절 전두환 정권에 저항하는 학생운동을 하다 정학을 당했다. 이후 노동운동도 했다. 2000년 한나라당 간판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것과 관련해 그는 “1989년 동구 사회주의가 몰락한 뒤 급진노선에서 점진적 개혁주의로 방향을 전환했다. 합리적 보수개혁을 위해 이회창 당시 총재의 영입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초선 의원 시절 그는 ‘60대 이상 용퇴론’ ‘5·6공(共) 퇴진론’을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래서 원희룡이 변했다고 한다. 진보신당 노회찬 전 의원은 “줄무늬 없는 호랑이”라고 했다.

 “ 이제 소장파도 소수파 입장만이 아니라 모든 세력을 아울러 갈등을 조정하는 책임 있는 성숙한 개혁파로 거듭나야 한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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