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호의 마켓뷰] 아직 주식 비중 확대 전략 펼 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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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지금 증시에서 맞서 싸워야 할 적은 가격이 아닌 시간이다. 지금 국내 증시는 가격만 보면 비싸지 않다. 하지만 이런 저평가된 가격 수준이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길게 보면 오르겠지만 짧게는 수급 불안과 각종 대내외 악재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투자자가 알고 있는 증시의 3대 악재(세계 경기 둔화 우려, 중국의 인플레이션 위협, 국내 기업의 실적 저하 가능성)는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 주가는 이런 악재를 계속 반영할 것이고, 추세적 상승에 대한 기대는 3분기 이후로 미뤄야 할 듯싶다.

 당장은 6월 후반에 시작된 반등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8일 그리스 긴축재정안 통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는 절정을 지나가고 있다. 이번 주 발표되는 중국 PMI와 미국 ISM제조업지수는 부진하게 나오겠지만 이미 증시에 반영됐다. 오히려 국내 5월 경기선행지수의 반등 가능성과 전략비축유 방출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 기대감으로 그간의 급락에 따란 반발매수가 뒤따를 수 있다.

 하지만 반등 이후가 고민이다. 2분기 실적이 그간 높아진 투자자의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7월 말~8월 초 증시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03년 이후 평균 PER(주가수익비율) 아래인 코스피 1980선 아래로의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장기 상승 랠리가 끝난 것이 아니라면 2003년 이후 평균 PER(코스피 1980선) 밑에서는 주가가 싸 보여,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주가는 대세상승을 하는 과정에서도 조정을 겪는다. 실적개선보다 주가상승 속도가 빠른 경우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한 조정이 뒤따를 수 있고, 경기 주기가 변하는 과도기에 일시적인 경기 정체기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올 3분기가 이에 해당한다. 아직은 코스피의 상승을 제한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4분기 이후의 미래를 향해 본다면 증시를 둘러싼 지형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기업의 입장에서도, 정부 정책의 선택으로 보더라도 ‘투자’를 자극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정책은 투기적 유동성 억제, 기업은 금리 상승을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투기적 유동성이 억제되고, 기업은 인수합병(M&A)과 투자 확대로 나아간다면 ‘투자와 소비의 선순환’ 구도가 자리 잡힐 가능성이 크다. 이런 흐름을 위해선 투자가 핵심이다. 그 가늠자는 실질금리의 상승 여부에 있다. 당장은 실질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4분기 이후는 다르다. 신흥국발 인플레이션 위협도 완화되고, 무엇보다 세계 경기도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희망의 불씨가 보이지만 아직 그 힘은 미약하다. 시간과의 싸움은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좀 더 거시적인 문제가 불거지고, 실적에 대한 기대 수준은 낮아져야 한다. 여전히 공격적 주식 비중 확대보다 변동성 팽창 국면에서의 기회 포착 전략을 쓸 것을 권한다.

윤지호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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