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브랜드 가치, 연예인이 올리는 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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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유진
루이까또즈 마케팅부문장

브랜드는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가치를 드러낸다. 그래서 대중들은 같은 값의 제품이라면 더 고급스럽고 긍정적인 이미지의 브랜드를 선택한다. 때문에 기업들은 유명인들을 활용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자 한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명인과의 협력에 더해 고유의 감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브랜드는 순식간에 이목을 집중시킬 화젯거리가 필요하다. 유명인이 착용한 사진 한 장으로 브랜드의 이름이 세간에 오르내리게 된다면 성공적인 시작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이미지 변신을 반복하는 유명인들의 명성에만 기댄 채 더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없다.

 패션업계에서 수십 년간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려면 장기적으로 브랜드 고유의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 대표적 방법이 문화사업·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에르메스 한국지사는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 ‘에르메스 미술상’을 매년 선정, 수익보다 문화적 감성을 강조하는 명품 브랜드라는 인식을 확고히 해오고 있다. 루이까또즈도 유명인이나 방송을 통해 제품을 노출하면서 몇 년째 꾸준히 전시회·음악회·영화제를 후원한다. 간혹 가방을 든 연예인 사진 한 장이 판매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당장의 매출만 생각한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현재 루이까또즈가 후원하는 패션 사진작가 ‘유르겐 텔러’ 전시회만 봐도 알 수 있다. 브랜드를 전면에 드러낼 수 없어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 그러나 대중에게 오랜 시간 인식되는 가치 있는 브랜드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좀 더디더라도 이러한 활동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루이까또즈는 이 같은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친 결과 대중들에게 인정받은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최근 5년간 220% 매출 상승이라는 득도 얻었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브랜드 가치는 조급한 마음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직접적인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문화의 뒤편에서 조용히 경험과 노하우를 쌓으면 고급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대중에게 각인시켜 나갈 수 있다. 이렇게 높아진 브랜드 가치와 위상은 대중 의 발길도 절로 찾아 들게 만든다.

김유진 루이까또즈 마케팅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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