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2억 내고 졸업해봐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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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중국계인 벤 유(19)는 최근 미국 하버드대를 그만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가 제2의 마크 저커버그(27)가 되기 위해 어머니의 반대를 뿌리치고 하버드 졸업장을 포기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저커버그는 소셜네트워킹 대명사인 페이스북 창업자다. 유는 여행용품 가격비교 사이트를 개설했다.

  유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대학교육은 시간 낭비처럼 여겨졌다”며 “당장 도전적인 기업가 꿈을 추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유가 예외적인 인물은 아니라고 FT 는 전했다. 신문은 최근 창업을 위해 하버드나 스탠퍼드, UC버클리처럼 명문대학을 그만둔 학생 10여 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명문대학 졸업장이 학비만큼 효과가 있는지 의심했다”고 FT는 보도했다. 요즘 미국에서 명문대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연간 5만 달러씩 20만 달러(약 2억1000만원)는 들여야 한다. 중퇴생들은 “명문대를 졸업해 봐야 남는 것은 빚뿐”이라며 “학자금 융자를 갚기 위해 15~20년 고생하느니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열풍을 이용한 창업으로 성공하는 게 훨씬 빠르고 낫다”고 주장했다.

  미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들도 유명대학 중퇴생들을 환영하고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피터 티엘은 “중퇴생 1명당 10만 달러씩 창업자금을 대줬다”며 “그런 중퇴생이 24명이나 되고 그들은 모두 20세 미만”이라고 FT에 귀띔했다. 반면 대학 쪽 사람들은 “1차 닷컴거품 때도 창업을 이유로 중퇴한 학생이 많았다”며 “창업 성공은 아주 예외적인 사례였고 중퇴생 대부분은 꿈을 이루지 못해 학업 중단을 후회했다”고 주장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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