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중연설대회 최고상 받은 강전욱군의 영어 말하기 노하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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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내가 가르칠 수 없다고?(Umm. I can’t teach?)”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30회 ‘국제 대중연설대회(IPSC)’ 결승 날. 우리나라 대표로 참가한 강전욱(18·경기 용인외고 3)군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강군은 이 연설로 세계 49개국에서 모인 81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고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에게 “연설문 구성이 탁월하다”는 평까지 들었다. 강군이 영어 대중 연설을 잘하는 방법과 연설문 작성 노하우를 공개했다.

자신의 이야기로 공감 끌어내야

 “연설문은 반드시 직접 작성해야 해요. 아무리 내용이 훌륭해도 남이 써준 연설문으로는 청중을 설득할 수 없죠.”

 강군은 대중 연설을 잘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으로 “자신의 경험과 목소리를 담으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진짜 생각과 경험이 묻어있지 않은 이야기라면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실제로 강군의 연설문은 늘 개인적인 경험담으로 시작한다. 이번 IPSC 대회에서도 주제에 맞는 소재들을 경험에서 끌어왔다. 대회의 연설 주제는 ‘Words are not enough(말은 충분하지 않다)’였다. 포괄적인 주제라 어떤 소재로 이야기를 엮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연설문이 나올 수 있었다. 강군은 제대로 된 소재를 찾는 데만 한 달 이상을 투자했다.

 강군은 항상 수첩을 갖고 다니다가 떠오르는 게 있으면 무조건 적어뒀다. 결국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었던 경험에서 영감을 얻었다. 주변의 권유로 교사나 교수를 선망해왔으나, 우연한 기회에 초등학생을 가르쳐보고 교직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내용이다. 강군은 “진로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회장에서 강군의 진솔한 경험담은 경쟁자들의 연설과 확실하게 차별됐다. 대다수 학생들은 ‘역사상 말로 인해 생긴 오해’‘잘못된 의사 소통으로 빚어진 경제적 손실’ 등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강군은 “주제에 맞게 대표적인 사례를 찾아사용하면 틀에 박히고 남이 다 하는 식상한 내용이 되기 쉽다”며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더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쉽고 친근한 표현, 간단한 구성이 핵심

 영어 말하기 대회를 준비하는 이들이 빠지기쉬운 유혹이 있다. 남보다 어려운 단어, 화려한 표현을 구사하면 돋보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강군은 “대중 연설은 초등학생부터 대학 교수까지 누구나 듣고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어려운 표현이 많을수록 청중의 집중력이 흩어지고 지루한 연설이 된다”고 덧붙였다. 표현뿐 아니라 전체적인 구성도 쉬워야 한다. 연설문의 구성은 크게 도입-본론-결론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도입 단계다. 유머를 첨가하는 등 흥미를 끌 만한 요소를 배치해둬야 한다.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도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좋다. “다른 사람 이야기만 듣고 교사가 되려고 했는데, 실제로 누군가를 가르쳐보니 나는 정말 가르치는 데 소질이 없었다”는 자기 고백과 “실제 경험 없이 말만 믿고 판단했다가는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는 주제도 같이 소개하는 식이다.

 본론에서는 주제를 확장시켜야 한다. 강군은 “통계 자료 등 객관적인 근거를 활용하면 주장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때 멋있게 보이려고 학술 용어를 남발하거나 현학적이고 화려한 표현만 나열하면 감점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친구와 대화하듯’ 즐거운 마음으로 임해야

 강군은 “훌륭한 스피치란 듣는 사람에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사가 청중에게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려는 스피치는 교감이 없어 지루하다는 것이다.

 강군은 청중과 교감하는 연설을 하기 위해서는 “친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편안한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설용 제스처나 표정 연습은 그 다음이다. 청중이 지루해하는 눈치가 보이면 연설문 내용을 바꾸기도 한다.

 실제로 IPSC 대회 때 같은 주제로 예선과 결승을 치렀지만, 강군의 연설 내용은 달랐다. 그는 “결승 무대에 올랐는데, 청중들이 상당히 지쳐있더라고요. 그래서 즉흥적으로 소재를 바꿔 다른 이야기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웃었다. 유연하게 대처한 강군의 태도도 심사 위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연설문 작성과 무대 위의 프레젠테이션 연습 중 어디에 비중을 둬야 할까. 강군은 “연설문 작성이 훨씬 중요하다”고 답했다. “연설문을 작성하는 것 자체가 프레젠테이션연습이에요. 다양한 소재를 떠올려보고 수정 작업을 거치면서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여러 버전의 연설문이 내 안에 쌓이는 거죠.” 강군은 7월 11일부터 열리는 ‘ESU Korea Tour’에서 특강할 예정이다.

[사진설명] 강전욱 군은 “좋은 연설을 하기 위해서는 청중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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