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나부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24호 35면

요즘 ‘나의 트윗키워드’라는 프로그램이 인터넷 세상에서 인기다. 서울대 의대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안상진(28)씨가 지난 22일 발표한 이 프로그램은 자신이 그동안 트위터에 올렸던 500개가량의 글들을 분석해 자주 쓰는 단어를 추출해 주는 서비스다. 하루 만에 사용자 27만 명을 돌파했다.

On Sunday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나의 트윗키워드]라는 말머리와 함께 자신이 자주 쓰는 단어 32개가 추출된다. 최근 퇴직한 한 동료의 키워드에는 치킨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단 한 주라도 치킨에 맥주 없이는 보낼 수 없다”며 자주 치킨집을 찾던 그였다. 대입을 준비하는 한 재수생의 트위터에는 학원·대학·정독(도서관) 같은 키워드가 눈에 띄었다.

예전에는 현장의 이야기,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려면 시장에 가거나 택시를 타는 경우가 많았다는데, 요즘에는 간편하다. 인터넷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되기 때문이다. 키워드는 말하는 사람의 평소 언어습관·생각·관심사를 반영한다.

한 대학생 단체에서 이달 말 행사를 앞두고 참가자 50명에게 받은 키워드에는 공모전·스펙·취업 같은 단어들이 눈에 띄었다. 취업난 속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더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다. 반면 연애·음식·여유·여행같이 지금 이 순간을 더 즐겁게 보내기 위한 화두도 적지 않았다.

‘힘 좀 쓴다’는 기관들의 키워드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조정·세몰이 정도가 되겠다. 일반인은 잘 쓰지 않는 내사(內査) 같은 단어도 있다. 양 기관은 수사권 조정 이후 주도권을 서로 쥐기 위해 간담회·세과시·비난을 일삼고 있다. 한쪽에서 기자회견을 하면 상대 기관 대변인이 바로 기자실에 내려가 반박 코멘트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무상급식·힘겨루기·경인운하·대권 정도의 키워드를 두고 겨루고 있다. 무상급식 문제로 한판 승부를 벌여 판정승을 거뒀던 시의회는 이번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비롯해 오세훈 시장의 주요 역점사업 전반에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국회에서는 반값 등록금 논란에 편승해 정치적 이득 계산에 바쁘다. 이들에게는 ‘밥그릇’이라는 단어 하나면 족하다.

지금까지 말했던 키워드는 대부분 신문 지상에 나온 소위 ‘비판 기사’의 제목들로 나올 법한 것이다. 하지만 기자들이라고 다를 게 있을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유명세·영향력 정도의 키워드를 꼽을 수 있겠다. 너도나도 트위터에 더 강한 메시지를 날려대고, 자사의 기사를 퍼 나르기 바쁘다. 일부는 법원·검찰 같은 기관을 취재하면서 몇 마디 날려대고 폼도 좀 잡는다. 이런 기자들을 “잘 하고 있다”며 독려하고 있는 언론사도 적지 않다.

물론 대부분은 독자들과 소통하고, 기사거리를 제보받는다는 ‘거창한 이유’를 걸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쓴 기사는 기억나지 않고 ‘페이스북 많이 하시는 분’ 정도로 기억되지는 않는지. 각종 기자상 수상자 명단과 SNS에만 몰두하는 기자들의 이름을 비교해 보면 얼마나 일치할지 의문이다.

쓰다 보니 누워서 침 뱉기가 됐다. 아무래도 나의 키워드는 ‘나부터’로 해야겠다. 신참 기자답게, 한 번 더 현장에 가 보고 한 번 더 자료를 들춰 보며 의심을 가져봐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