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유승민, 2번은? … 친박 표심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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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7·4 전당대회를 앞둔 한나라당이 23일 후보등록을 마쳤다. 등록자는 남경필·홍준표(이상 4선), 권영세·박진·원희룡(3선), 나경원·유승민(재선·이상 가나다순) 의원 등 7명이다.

 후보군이 확정되면서 당내 각 계파도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 슬슬 결심을 굳히는 분위기다. 친이명박계는 내부적으로 “원희룡 의원을 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 출신 한 친이계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를 놓고 삼삼오오 토론을 해왔는데 결론은 ‘역시 원희룡’이었다”고 귀띔했다. 친이계 한 초선 의원도 “아직 계파 내 일부 의원들이 나경원 의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는 있지만 선거가 1인 2표제인 만큼 이들도 한 표는 원 의원에게 주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친이계가 원 의원을 지지하기로 뜻을 모은 데는 원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가깝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한다. 이 의원이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청와대와의 소통을 위해선 이 의원과 친한 원 의원이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친이계의 또 다른 실력자 이재오 특임장관도 동감하는 분위기다. 이 장관의 한 측근은 “이 장관이 지금 누구를 밀어주자고 나설 처지가 아니지 않으냐”면서도 “하지만 이 장관이 원 의원을 반대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친이계의 결집 움직임에 당내 다른 계파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장관 등이 최근 대책회의를 열고 원 의원을 낙점했다” “친이계 의원 10여 명이 단체로 모여 원 의원 지지를 결의했다” 등의 당사자들이 부인하는 소문들까지 떠돈다.

 친박근혜계는 ‘자타 공인 계파 대표’ 유승민 의원을 민다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두 번째 표의 향방은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는 양상이다.

 서병수·허태열·김태환·이종혁 의원 등은 “박근혜 전 대표를 야당의 공격에서 지켜줄 당 대표가 필요하다”며 홍준표 의원을 돕고 있다고 한다. 홍사덕 의원 등 일부 친박계 인사들은 “박 전 대표와 생각이 맞는 사람이 최고위원회에 더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권영세 의원을 거론하고 있다. 당 신주류 모임 ‘새로운 한나라’에서 활동 중인 구상찬·김세연 의원 등은 같은 모임 소속의 남경필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한 친박계 의원은 “누가 박 전대표에게 도움이 되는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해 결국엔 각자의 판단에 따라 남은 1표가 행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현·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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