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설(世說)

군, 민간기업 생존전략 눈 돌릴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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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오정일
육군 소장

얼마 전, 30여 년 전 젊음을 불태웠던 모교 육군사관학교를 다녀왔다. 육사에서 무궁화회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궁화회의는 육·해·공군 전 장군이 주요 국방 현안에 대한 설명도 듣고 서로 토의를 통해 발전을 모색해 보는 연례 장군 워크숍이다.

 회의 기간 중 참석자들은 삼성전자를 방문하여 이 회사가 세계 일류기업이 되기까지 경영혁신을 통해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신화를 창조한 과정들을 듣고, 보고, 느끼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정확한 미래 예측과 신속한 의사결정, 과감한 투자를 통한 위기 극복, 인재 발굴과 능력 발휘를 위한 풍토 조성,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일하는 방식 개선 등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것은 살아남기 위한 변화였고, 새로움을 향한 창조적 도전이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글로벌 적자생존의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창조와 혁신으로 응전하고 있었다. 지난 10년간 세계 50대 기업의 60%가 이 전쟁에서 패하여 물러나거나 소멸했다. 삼성전자 역시 수차례 위기를 맞았으며 그때마다 피눈물 나는 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향후 수십 년을 내다보고 세계 선두기업으로서 이를 지키기 위한 피와 살을 깎는 노력은 감동을 주었다.

 군은 전쟁을 대비해 최고의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민간기업들은 적자생존의 글로벌 시장 상황에서 실제로 총성 없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었다. 민간기업이 처한 환경은 우리 군이 처한 현실과 유사하며, 생존을 위한 기업의 경영혁신은 국방개혁의 당위성과 맞닿아 있다.

 창조와 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일류가 된 삼성전자의 사례는 국방개혁과 전투형 군대 육성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 세계적 군대로 일신하고자 하는 우리 군에 큰 시사점이 되고 있다. 최고경영진의 신속한 의사결정, 조직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과감한 조직 개편과 부서 간 장벽 허물기, 우수한 인재 발굴 및 교육 프로그램, 직원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업무환경 조성 등은 군 개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이다. 예전부터 군의 조직 능력과 리더십은 민간기업의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군이 민간기업의 적응 능력과 생존전략에 눈을 돌려야 할 시대가 되었다.

오정일 육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