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같은 금융 범죄…국민이 납득할 형량 기준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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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이기수(66)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은 22일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계기로 금융·경제 질서를 뒤흔드는 범죄에 대해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양형(형량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엄정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금융·경제범죄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흑색 비방선거에 대해선 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일 출범한 3기 양형위를 이끌게 된 이 위원장은 대법관 출신이었던 1기(김석수), 2기(이규홍) 위원장과 달리 고려대 총장을 지낸 법대 교수 출신이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비(非)대법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위원장을 맡게 됐는데.

 “대법관을 하신 분 같으면 법원 쪽에 치우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감안해 학계에서 사람을 찾은 게 아닌가 싶다. 법학자와 교육자로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개인적으로 법원 양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왔나.

 “ 요즘 젊은 법관 중에는 진취적인 사고를 갖고 이념에 치우친 양형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본다. ‘고무줄 양형’ 논란이 나오지 않게끔 하는 데 양형기준의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양형기준법 제정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데 대해 사법개혁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와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양형위원회를 설치했다. 이미 살인이나 뇌물, 성범죄, 사기 같은 16개 중요 범죄군에 대해 양형기준을 만들어 제시했다. 꼭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야만 사법개혁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3기 양형위에서 선거범죄, 교통범죄, 조세범죄, 금융·경제범죄 등에 대한 양형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선거범죄 양형기준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 같다.

 “판사가 선고한 형량이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선택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당선 무효 여부에 관한 양형기준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권석천 기자

◆양형위원회=범죄 유형은 비슷한데 판사들이 선고하는 형량의 편차가 크다는 지적에 따라 2007년 4월 설치된 대법원 산하의 독립위원회다. 법관 4명, 검사 2명, 변호사 2명, 법학교수 2명, 언론인 1명, 시민단체 대표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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