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올챙이 3만 마리 여름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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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애들아, 밥 먹자.”

 지난 21일 오후 2시 경기도 과천시 서울동물원 개구리 자연 적응 훈련장. 양손에 큰 종이상자와 양동이를 들고 나타난 사육사 정보람(24·여)씨가 능숙하게 먹이를 고르며 말했다. 상자에는 상추와 식빵·삶은 달걀이, 양동이엔 토막 난 닭고기와 소고기가 들어 있다. 정씨가 고깃덩어리를 웅덩이에 던지자 금세 올챙이들로 까맣게 뒤덮였다. 정씨는 “올챙이 입에는 사람의 치아와 같은 치설이 있어 잡식이 가능하다”며 “먹성도 좋은 편이라 닭고기는 하루 만에 뼈만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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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 정도의 공간에 계단식 논 모양으로 만들어진 웅덩이 네 곳에는 1~2㎝ 정도 되는 검은색·흑갈색 올챙이로 그득했다. 정씨는 올챙이를 밟지 않기 위해 걸음걸이도 조심했다.

 이 올챙이들은 토종 양서류인 북방산 개구리와 두꺼비의 자식(?)이다. 현재 3만여 마리가 훈련장에 살고 있다. 이들은 증식장에서 지난 9일 이곳으로 옮겨 왔다. 여기서 15일 정도 적응 기간을 거친 뒤 개구리와 두꺼비로 자라면 청계천과 서울시내 생태공원으로 보내진다. 서울시가 2005년부터 추진하는 ‘양서류 재도입 사업’이다.

 처음에는 증식장에서 키운 개구리와 두꺼비를 바로 생태공원에 방사했다. 하지만 이들의 자연 생존율은 극히 낮았다. 서울동물원은 그래서 자연 적응 훈련장을 만들었다. 개구리와 두꺼비가 자연에 적응하도록 하는 훈련은 진지하다. 공원 환경과 비슷하도록 웅덩이 옆에는 강아지풀·잡초 등을 무성하게 심었다. 개구리들의 탈출을 방지하기 위해 1.2m 높이의 아크릴 담장도 쳤다. 2007년 7월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대기시킨 개구리 2만7000여 마리가 폭우를 틈타 모두 도망친 사건을 막기 위해서다.

 개구리와 두꺼비들은 야생으로 돌아갔을 때를 대비해 혼자 먹잇감을 찾아야 한다. 동물원 측은 이를 위해 훈련장에 귀뚜라미를 풀었다. 초파리 등이 꼬일 수 있도록 풀숲 곳곳에 과일과 채소도 숨겼다. 저녁에는 전등을 켜 모기와 나방 등이 모이도록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더위다. 올챙이는 냉혈동물이라 더위에 약하다. 그래서 웅덩이의 온도는 항상 15~20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단폐사 가능성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 훈련장 천장에는 항상 스프링클러가 돈다. 차광막도 이중으로 덮여 있다. 수로에는 인근 계곡에서 내려온 차가운 물이 흐른다. 조신일 서울대공원 생태연구총괄 담당은 “양서류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돼도 치료법이 없는 생물이라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웅덩이에 아이스팩을 넣어 수온을 낮춘다”고 말했다. 현재 8명의 사육사가 번갈아 가며 24시간 올챙이들을 돌본다.

 이런 보호와 훈련을 거친 뒤 다 자란 개구리와 두꺼비는 23일부터 청계천과 탑골 등 서울시내 13개 공원과 연못에서 만날 수 있다. 이원효 서울대공원장은 “개구리 등이 도심으로 돌아가면 생태계 먹이사슬의 평형 유지에 도움이 되고 멸종위기인 양서류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최모란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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