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분석] '김일성 딸'과 결혼 하려고 큰 대접에…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장성택

"김일성·황장엽은 떼놓고, 김정일은 붙이고…그렇게해서 북한의 현 실세인 장성택이 김정일의 매제가 됐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동생 김경희(당 경공업부장)와 매제 장성택(행정부장)을 맺어준 ‘큐피드 화살’이었던 사실이 새삼 화제다. 고 황장엽씨의 회고록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와 대북 소식통의 말을 종합하면 장성택은 김경희와의 로맨스 때문에 숙청위기에 몰렸다 김정일 집안 사람이 됐다.

1946년생 동갑내기인 김경희와 장성택은 김일성종학대학 정치경제학과를 함께 다니며 연인사이가 됐다. 두 사람이 사귄다는 소식을 들은 김일성은 장성택을 딸에게서 떼어놓으려 했다. 그의 삼촌이 왜정시기 반일투쟁에 참여했지만 '김일성 라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당시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이었던 황장엽에게 둘을 갈라놓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자식 문제는 아무리 권력자라고 해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더 애틋해져갔다. 그러자 이번엔 장성택을 출교시켜 원산경제대학으로 전학시켰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질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김경희는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손수 운전해 장성택을 만나러 원산까지 갔다.

김정일도 처음엔 둘의 사이를 말렸다. 하지만 여동생의 간곡한 요청에 장성택을 면담했다. 그러다 그에게 신임이 갔다. 김경희를 평생 아껴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후 김정일은 김일성과 장성택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면서 김정일은 장성택에게 김일성의 습관을 귀띔했다.

“아버지는 도수가 높은 술을 대접으로 들이키는 정도가 돼야 사나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는 돼야 자신의 사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김일성은 알코올 도수 50도짜리 보드카를 대접에 부어 장성택에게 마시라고 권했다. 장성택은 단숨에 들이켰다. 김일성이 장성택을 다시 보게 된 일대 사건이었다. 이 때 김정일은 장성택이 구토를 하러 나올 것에 대비해 문 밖에 세숫대야를 놔뒀다.
두 사람은 김정일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71년 결혼에 골인했다. 김정일이 공식 후계자가 된 후 장성택은 격 없이 찾아가 술을 마시는 ‘유일한 친구’가 됐다.

장성택은 한 때 분파주의자로 몰리는가 하면 김정은을 두고 섭정할 가능성이 제기돼 좌천되기도 했지만 그는 위기 때마다 복권됐다. 현재 부마이자 후계자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북한 권부의 정점에 있다. 최근 북한과 중국이 공동으로 만든 나선특구공동관리위원회의 북측 대표를 맡았다.

이지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