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급여가 13만 6000원…성화대 교수들 뿔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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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교직원 월급 13만원 지급’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진 성화대 전경. [프리랜서 오종찬]


20일 오전 전남 강진군 성전면 성화대 본부건물 6층 어학교육원. 일찌감치 여름 방학에 들어간 탓에 썰렁한 교정과는 달리 교육원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17일 ‘교직원 월급 13만6000원씩 지급’과 관련해 교무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이 대학 김영욱 사무처장과 보직 교수 등 교무위원 6명이 2시간 동안 대책을 논의를 했으나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김 처장은 회의 직후 “등록금 분납제를 선택한 학생들의 미납 금액이 많아 당장 급여를 지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미납 금액이 들어오는 대로 급여를 지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학교 측 입장에 대해 교수들과 교직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전체 학생 4명 중 1명 정도만 등록금을 분납하는데, 미납금이 많아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성화대는 전체 학생 2300여 명 가운데 25%선인 580여 명이 등록금 분납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이 학생들이 모두 납부금을 내지 않았을 때 미납 금액은 총 10억7300만원(일반 납부금 185만원 기준)이다. 그러나 일괄 납부하는 나머지 학생 1700여 명의 납부금은 31억4500만원에 이른다. 분납자의 미납이 많아 교직원 월급을 주지 못한다고 보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교수들과 교직원들은 학생들이 낸 납부금을 학교 측아 엉뚱한 곳에 전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학교 측도 급여 13만6000원 지급에 대해 “학교 교비 통장에 있는 금액을 전체 교직원 수(135명)으로 나눠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이 설명에 따르면 급여 지급 직전 성화대의 교비 통장에는 겨우 1800만원 가량만 들어 있었다. 한 교수는 “급여 지급을 앞둔 교비 통장에 1800만원이 있었다면 학생들이 낸 납부금은 다 어디로 간 것이냐”며 “당장 9월 시작될 수시모집 등에서의 파행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학교자산 매각이나 대학적립금 사용 등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성화대 관계자는 “현재 교과부의 감사에 따른 절차를 이행 중이어서 학교의 돈에는 손을 댈 수 없다”며 “감사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알려줄 순 없지만, 항간에 떠도는 학교 재정 악화설이나 고의 미지급 의혹 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성화대는 17일 교직원들에게 6월 급여로 13만6000원씩만 지급했고, 학교 부실 운영 및 재정 악화 의혹이 불거졌다.

 한편 성화대 설립자인 이행기(55) 전 총장은 교수 채용 대가로 4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와 50억원 상당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전 총장은 2월 법정구속됐다가 병보석으로 풀려났으며, 항소심(배임수재)과 대법원(횡령) 재판이 진행 중이다.

글=최경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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