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이귀남·조현오에게 “합의 안 되면 못 나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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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실장

20일 오전 10시 청와대 서별관.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검찰과 경찰을 각각 대표해 나온 이귀남 법무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조현오 경찰청장 등을 향해 비장한 한마디를 꺼냈다. “오늘 합의가 안 되면 여기서 못 나갑니다.” 임 실장은 좌석까지 문 앞에 버티고 앉았다. 반면 이 장관, 맹 장관, 조 청장 등은 일부러 회의장 안쪽에 몰아서 앉혔다.

검경은 지난주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심하다”는 말까지 듣고, 김황식 총리가 중재안을 제시했는데도 19일 밤까지 수사권 갈등을 계속했다. 그래서 이번엔 임 실장이 ‘마지막 조정자’로 나섰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진통 끝에 20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했다. 여야 위원들은 이날 사개특위 전체회의에 조현오 경찰청장을 출석시켜 의견을 들었다. 조 경찰청장이 이귀남 법무부 장관 뒤로 지나가고 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여서 이 장관이 참석했다. [김형수 기자]

“청와대가 나서서 해결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가 ‘청와대 서별관 회의’의 배경이었다. 청와대가 직접 조정에 나선 데 대해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질책하고 야단을 쳤는데도 합의가 안 되면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레임덕’에 대한 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회의는 1시간30여 분 계속됐다. 임 실장이 문 앞을 지키고 앉았지만 조정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최대 장애물은 역시 경찰이 수정을 요구하고 검찰이 "한 자도 못 고친다”고 맞선 형사소송법 196조 1항(‘사법 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해야 한다’)이었다고 한다.

 비록 ‘미봉책’이란 비판이 나오곤 있지만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극적 타결이 이뤄지게 된 계기는 이 형사소송법 196조 1항에 ‘모든’이란 단어가 들어가면서부터였다.

 협상에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는 “이 조항에 ‘모든’이란 단어를 넣어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고치게 된 것이 타결의 시금석이 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신 경찰은 수사 개시권뿐만 아니라 ‘진행권’도 갖는다는 점이 명문화됐다”며 “조현오 청장도 돌아가서 할 말은 있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경은 2004년 9월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과 허준영 경찰청장이 수사권 조정 논의를 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7년 만에 타결이 이뤄진 셈이다.

 ‘청와대 서별관 회의’ 후 공을 넘겨 받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오후 3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논란이 벌어졌으나 “행정부의 합의를 존중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 문제가 타결된 뒤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공정사회의 두 기둥인 검경이 큰 타협을 본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 현안이 되는 것은 소극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청와대가 나서야 할 때는 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김준규 검찰총장 주재로 간부회의를 한 뒤 대변인을 통해 “오늘 합의 내용은 현재의 수사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향후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종준 경찰청 차장은 “ 수사 현실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볼 수 없으나 국민께 염려를 끼치면 안 된다는 점을 고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선 “모든 수사에 대해 검찰 지휘를 받는다니 기존과 달라진 게 뭐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상당수 일선 경찰관들은 “ 왜 이런 안에 합의해 줬는지 모르겠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글=고정애·임현주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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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통령실 실장(제3대)
[前] 무소속 국회의원(제18대)

1956년

[現] 법무부 장관(제61대)

1951년

[現] 경찰청 청장(제16대)

195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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