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허영호 대 구리, 결승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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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결승 1국> ○·구리 9단 ●·허영호 8단

제 1 보

제1보(1~15)=2010년 12월 베이징의 한국문화원. 허영호 8단은 난생처음 세계대회 결승 무대에 섰다. 상대는 중국 최고의 기사 구리 9단. 승부를 예측하라면 대부분 구리에게 베팅하겠지만 승부세계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구리는 중국에서 쿵제나 저우루이양에게 밀리는 등 시련을 겪었고, 허영호는 세계무대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중고 신인에서 일약 정상으로 발돋움하는 기적을 일궈내고 있는 중이다. 이런 부침이 승부의 역사를 새로 쓴 사례는 수없이 많다.

 돌을 가려 허영호의 흑. 허영호도, 구리도 흑번에 강한 기사들이다. 활시위처럼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먼저 흑을 잡았다는 사실이 작은 위안을 준다. 검토실엔 중국기사들이 모여 있다. 한국 쪽엔 박정상 9단과 김지석 7단의 얼굴이 보인다. 허영호와 절친한 두 기사는 응원차 서울에서 동행했다. 어젯밤에도 함께 포석을 연구했다고 한다. 과연 오늘 선보일 허영호의 첫 포진은 무엇일까.

 준비된 포진은 흑 1, 3, 5 중국식이다. 재미있다. 적진에서 들고 나온 중국식 포석. 한데 이게 웬일인가. 구리도 똑같은 포진을 들고나오는 것이 아닌가. 흑의 중국식에 맞서는 백의 중국식이 이채롭다(최근에 와선 꽤 유행하는 포진이 됐다).

 중국식 포진의 역사는 길다. 조훈현 시대를 지나 이창호 시대가 시작되었을 때 중국의 마샤오춘 등이 즐겨 썼다. 대개의 포진이 잠깐 유행하다 사라지는 것과 달리 중국식은 미니중국식, 변형 중국식으로 가지를 치며 끝없이 진화 중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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