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사군도 ‘다윗과 골리앗 싸움’…베트남 “관광지로 개발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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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베트남 정부가 17일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난사(南沙)군도를 2020년까지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응우옌반투안 베트남 관광청장은 이날 “해양 관광 개발은 안보와 밀접히 관련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독일 dpa통신이 보도했다. 난사군도를 관광지로 만들어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반중(反中) 감정이 들끓고 있다. 베트남 어부들은 16일 “중국 군함이 14일 난사군도 인근에서 조업하던 베트남 어선들이 잡은 물고기 500㎏을 압수했다”고 비난했다.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는 이날 “베트남의 주권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1979년 베트남·중국 전쟁 이후 32년 만에 징병 관련 법령에 서명했다고 밝히는 자리에서였다.

 베트남에선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중국 순시선과 어선이 잇따라 베트남 석유시추선의 탐사 케이블을 절단하자 민족적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 하노이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잇따라 반중 시위가 벌어졌다. 같은 사회주의권 국가로서 공산당 일당 체제의 베트남에서 반중 시위는 이례적이다. 지난 12일에는 ‘시사군도·난사군도는 베트남의 것’이라 적힌 피켓을 든 시위대가 하노이와 호찌민시에서 반중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중국으로부터 ‘남쪽을 안정시킨다’는 뜻의 안남(安南) 지방으로 불리던 베트남은 중국 역대 왕조의 침략과 억압을 받으면서도 정체성을 지켜왔다. 1940년 이래 베트남이 두 차례 프랑스와 독립전쟁을 벌일 때 중국이 무기와 식량을 원조했다. 중국은 1950년 공산주의 베트남 민주공화국을 세계 최초로 공식 승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78년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해 중국과 가까운 크메르루주 정권을 몰아내자 중국도 베트남을 침공했다. 이어 88년엔 중국의 난사군도 점령이 발단이 돼 양국 간 해전이 벌어져 베트남 해군이 타격을 입는 등 갈등의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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