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훈수 … “한국, 물가 잡으려면 금리·원화값 더 올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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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회견장에 평창 올림픽 유치기원 머플러를 두르고 나온 IMF 수비르 랄 한국담당 과장. [연합뉴스]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추가 원화 절상에 나서라’.

 한국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훈수다. IMF 협의단은 지난 2주간의 연례 협의를 마치고 17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수비르 랄 한국담당 과장 등으로 구성된 협의단은 이날 평창 겨울 올림픽 유치기원 머플러를 두르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거치면서 형성된 IMF와 한국정부 간의 친밀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편, 외환위기 당시 지나치게 엄격했던 IMF의 처방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불편한 정서를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IMF는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피력했다. 최근의 경제활동 둔화세는 올 하반기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가동률이 높아지고 경제 심리도 좋아서 하반기에는 설비투자가 수출과 함께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일자리가 늘고 식료품·연료가격이 안정되면서 늘어난 가계소득이 소비를 촉진하는 선순환이 벌어질 것이란 분석이었다.

 IMF는 한국 경제의 이 같은 성장 활력을 감안할 때 물가 억제에 중점을 두고 있는 최근의 거시정책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의 정책금리 인상은 환영할 만하지만, 통화여건은 여전히 느슨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IMF는 “한국 경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더 꾸준한 통화 긴축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랄 과장은 올해 ‘5% 내외’ 성장할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전망에 대해 “4.5%가 현재로선 가장 좋은 예측”이라며 “잠재력을 넘어선 과도한 성장을 예측하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한국 정부에)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IMF는 환율의 유연성에 대해 수차례 강조했다.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데다 급격한 외화의 유출입에 대처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대책도 보다 쌍방향적인 환율의 유연성이 동반될 때 효과적일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외화 선물환 규제 등 일련의 거시건전성 조치가 환율 통제수단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IMF는 이날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4월보다 0.1%포인트 낮은 4.3%로 제시했다. 내년 전망치는 4.5%로 그대로 유지했다. 올해 일본은 마이너스 성장(-0.7%)을 하고 미국 경제(2.5%)도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봤다. 4월 전망에 비해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본 것이다. 한편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미래지출 소요 등을 감안할 때 중장기 재정위험 요인에 대비한 재정건전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서울=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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