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왕자’ 매킬로이…‘일요일의 황제’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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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킬로이

로리 매킬로이(22·북아일랜드)가 17일 밤(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 골프장에서 속개된 US오픈 골프 2라운드에서 이글 하나와 버디 2개를 잡으면서 13번 홀까지 4타를 줄였다. 1라운드 6언더파 65타를 합쳐 10언더파다. 18일 0시30분 현재 공동 2위는 3언더파의 양용은(39·KB국민은행), 김경태(25·신한금융) 등이다. 매킬로이는 7타 차 단독 선두다.

 스물두 살의 떠오르는 태양 매킬로이는 언더파를 허용하지 않기로 유명한 어려운 대회인 US오픈에서 홀로 독주하고 있다. US오픈의 최저타 기록(타수기준 272타, 언더파 기준 12언더파)을 깰 기세다. 그는 10언더파를 26홀 만에 도달했는데 US오픈 사상 가장 빠른 기록이다. 2000년 타이거 우즈(15타 차 우승)가 보여준 것 이상의 압승을 할 수도 있다.

무시무시한 러프 필 미켈슨이 풀이 무성한 14번 홀 러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베데스다(미국 메릴랜드주) 로이터=뉴시스]

 매킬로이가 메이저대회 1라운드에서 눈부신 성적을 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린 브리티시 오픈 첫날 9언더파 63타를 기록했다. 메이저대회 최저타 타이 기록이었다. 올해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도 6언더파 66타로 선두였다. 가위 ‘목요일(1라운드)의 왕자’다. 그러나 우승은 하지 못했고 일요일의 황제가 되지는 못했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브리티시 오픈 2라운드에서 1라운드보다 16타를 더 친 79타로 무너져 중위권으로 밀려났다. 올해 마스터스에서는 4타 차 선두로 출발한 마지막 라운드에서 80타를 쳐 허망한 역전패를 당했다. 매킬로이가 이번 대회에서도 이전 메이저 대회에서처럼 와르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레그 노먼이 ‘토요일의 왕자’라고 불린 적이 있다. 메이저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로 나선 경우가 흔했기 때문이다. 특히 1986년엔 4개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3라운드까지 선두였다. 그러나 그해 노먼이 우승한 대회는 브리티시 오픈 하나뿐이었다. 나머지 3개 메이저대회에서는 역전패했다. 그래서 86년 노먼의 업적은 ‘토요일 슬램’이라고 부른다.

 매킬로이는 “2주 전 잭 니클라우스와 만나 얘기하면서 나에 대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지진 피해를 당한 아이티를 방문해 “공 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스코어에 집착하지 않고 압박감 속에서도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 1라운드에 2언더파를 친 김경태는 2라운드에서도 한 타를 줄였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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