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독일남자가 시시콜콜 털어놓다, 앞뒤 안 맞는 내 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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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나는 가끔 속물일 때가 있다: 두 남자의 고백
악셀 하케·조반니 디 로렌초 지음
배명자 옮김, 푸른지식 256쪽, 1만4500원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지만 요구르트병 재활용은 귀찮다. ‘외국인 노동자’라는 말이 풍기는 차별적 어감에 흥분하면서도 식당에서 시중드는 외국인 종업원에게는 관심도 없다.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논다. 손발은 그저 귀찮다고 한다.

 저자들은 소소하지만 가볍진 않은 이야기, 바쁘다든가 하는 핑계로 마음 저 밑자락에 감춰둔 가치관의 문제를 끄집어낸다. 국내에 『세상에서 가장 쩨쩨한 하케씨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악셀 하케(55)와 독일의 시사지 편집국장이면서 TV 토크쇼도 진행하고 있는 조반디 디 로렌초(52)가 공동저자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두 남자가 만났지만, 이 책에는 성공담도, 젠체하며 들려주는 인생 교훈도 없다.

 정치에 무관심한 세태를 말하면서는 나이 들수록 투표할 때 중산층 가장이라는 처지를 고려하게 된 자기 얘기를, “자녀 교육에서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건 안심과 여유”라며 맞벌이 1세대로 네 아이를 키우면서 좌충우돌한 경험을 풀어나간다. 그 솔직함은 “어렸을 때 부모님은 계속 반복해서 연습하라는 말을 ‘독가스로 죽는 그날까지 쉬지 않고 해야 해’라고 표현했다”는 기억을 떠올리며 “같은 세기에 두 번씩이나 전쟁을 일으켜 유대인을 괴롭히고 무자비하게 학살한 독일의 역사를 알았을 때, 갑자기 독일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는 고백에 이른다.

 먼 나라 사람들 얘기일 텐데 쉽게 공감이 가는 것은 그 솔직함의 힘 덕분이다. 침묵하던 아버지에 대한 불만, 국가에 대한 애증, 현대인의 불안 증후군,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적 책임감에 저항하는 속물근성…. 그들도 우리와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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