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째깍째깍” ‘긴축’거국내각 끝내 불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국가부도 위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59·사진) 그리스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집권 사회당 중심으로 개각을 단행하고 의회 신임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진행된 제1야당인 신민주당(ND) 등 야권과의 거국내각 구성 협상이 결렬된 직후다.

 AFP통신에 따르면 파판드레우는 TV 연설로 “국가적 합의를 이루고자 새 제안을 했지만 제1야당은 (나의 제안을) 정치적 홍보 측면에서만 다뤘다”며 “사회당과 관료·국민과 함께 책임의 길을 계속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파판드레우는 이날 오전 안토니스 사마라스 ND 당수에게 전화로 거국내각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사마라스에게 정부의 재정긴축안을 지지해주면 거국내각 구성과 함께 자신이 총리직에서 물러날 수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사마라스는 파판드레우의 퇴진은 물론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과 맺은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대한 재협상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리스 의회는 이날 EU 회원국이 추가 구제금융 조건으로 그리스에 제시한 올해부터 2015년까지 총285억 유로(약 43조원)의 재정 긴축안과 500억 유로(약77조원)의 국유자산 민영화 프로그램 관련 법안을 심의했다. 그리스 공공노조연맹과 노동자총연맹은 심의에 항의해 올 들어 세 번째로 동시 총파업을 벌였다. 아테네와 데살로니키를 비롯한 그리스 전역에서도 약 6만 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리스 악재로 국내외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9.90포인트(1.91%) 내린 2046.63으로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1.7% 떨어졌다. 앞서 뉴욕증권거래소(NYSE) 다우지수는 1.48% 떨어져 1만1897.27을 기록했다. 유럽 증시도 맥을 못 췄다. 특히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그리스에 대한 대출이 많은 프랑스·포르투갈 은행의 신용 상태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시장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파리를 비롯해 런던·프랑크푸르트 증시의 주가지수가 일제히 1~1.5% 하락했다.

 국제 유가는 유럽 재정위기 재발 우려로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는 전날보다 4.6% 떨어져 배럴당 94.81달러로 마감했다. WTI 가격이 95달러 아래로 내려간 건 4개월 만이다. 외환시장에선 유로화 가격이 달러화에 대해 2% 가까이 곤두박질했다. 원화 값도 6.80원 떨어진 달러당 1089.90원으로 마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서울=이승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