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방병무청에 도둑, 기밀자료 몽땅 훔쳐가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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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국경 도시인 양강도 혜산시에서 한국의 지방병무청 격인 도군사동원부가 도둑에 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둑이 훔쳐간 물건 중에는 국가기밀자료가 포함돼 있어 평양에서 특별 수사대까지 파견하는 등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혜산시 국경 경비대에서 무장한 군인들이 중국으로 탈북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김정은이 직접 나서 철저한 검열을 지시해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특히 도군사동원부에는 현역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고 북한의 지방 경찰격인 보위원들이 특별히 지정해 순찰하는 곳이라 북한의 치안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양강도 혜산시 전경

NK지식인연대에 따르면 지난 5월 하순에 혜산시 군사동원부에 도둑이 들어 돈이 될 만한 것은 전부 싹쓸이해갔다. 도난품에는 군복 6000벌을 비롯해 개인 사무용품은 물론 담배까지 포함됐다. 특히 중요한 국가기밀이 들어 있는 서류까지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져 보안 당국이 당황하고 있다.

혜산은 김정일 전용역(1호역)이 있고, 올해 4월 김정일이 혜산광산을 방문해 생산을 독려하는 등 북한 당국이 중요 보안·산업지대로 관리하는 곳이다.

아직 수사진행 결과에 대해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도난 현장은 접근이 통제돼 있는 상황이다. 사건 현장을 유지하기 위해 군사동원부 직원들은 인접한 다른 관공서 건물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번 도난 사건을 엄중하게 취급하고 있다. 혜산시 주민들에 대해 개인별로 부재자 확인과 외부에서 들어온 출장자, 여행자들에 이르기까지 전례 없는 대규모 수사가 벌어지고 있다.

보위원과 무역상이 심하게 다투고 있다

북한 당국이 특히 중시하는 것은 국가기밀자료 회수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요한 국가기밀자료를 빼내 국경에서 중국에 파는 속칭 ‘왜가리’들이 두만강 인근에서 활동중이라고 한다. 중국쪽에 이 자료를 넘기면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에 식량난이 심각해지자 목숨을 건 ‘기밀 장사’까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혜산시 주민들은 이번에도 도둑들이 군사동원부를 턴 이유는 군복이나 개인 사무용품을 훔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큰 돈이 되는 국가 기밀자료를 노린 것이라고 본다는 것.

한편 지난 2일에 혜신동 초소에서는 무장 군인 2명이 탈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또 탈영 사건이 발생하자 탈북자 색출을 위한 검열을 강화하고 있었다. 김정은이 직접나서 “국경경비대의 탈북 방조를 뿌리 뽑으라”고 지시했다.

심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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