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시내 곳곳을 휘젓고 다니는 쏘렌토…수출도 안하는데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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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성에 기아자동차의 쏘렌토가 질주하고 있다. 개성 시내를 관광한 한 네티즌이 "10대 가운데 8대는 쏘렌토"라고 얘기할 정도로 쏘렌토는 '개성의 승용차'가 됐다.

최근 중국 사이트에 '개성 풍경-텅 빈 개성시내의 고급차'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랐다. 이 사진에는 기아차 쏘렌토 2대가 길 옆에 잠시 주차해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2009년까지 생산되던 모델이다. 검은색의 차량 외관은 상당히 깨끗하다. 번호판엔 '개성'이란 글자가 선명하다. 북한 개성시에 등록된 차량이란 얘기다.

하지만 북한에는 한국의 차가 수출되지 않는다. 유엔의 대북제대로 국제법상 북한에 대한 차량 수출은 금지돼 있다. 북한이 제3국을 통해서 밀수하는 경우는 있지만 한국차를 굳이 밀수할 이유가 없다. 북한이 밀수하는 차는 대부분 지도부를 달래기 위한 유럽의 고급세단이다. 쏘렌토와 같은 SUV가 아니다.

따라서 이 차들은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의 직원이 쓰는 것으로 보인다. 2004년 공단 입주 당시 100여 곳의 업체에서 업무용으로 국산 차량을 가지고 들어갔다. 이곳에 있는 국산 차량은 모두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 등록된다. 한국에선 차량 등록을 말소시키고 북한 차량으로 재등록한다.

쏘렌토가 많은 이유는 북한 지역에는 포장된 도로가 많지 않아 세단형 승용차보다는 SUV형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한 전역을 돌아다닐 수는 없다. ‘개성 시내를 벗어날 수 없다’는 단서가 붙기 때문이다.

승용·승합차뿐 아니라 출퇴근용 버스와 화물차도 마찬가지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4년부터 현재까지 등록된 차량은 500여 대로 이 가운데 출퇴근용 버스가 300여 대, 화물차가 90여 대, 승합·승용차가 80여 대다. 나머지는 지게차 등 특수차량이다.

이들 차량은 북한의 조선민족보험총회사에 보험을 들 수 있다. 교통사고가 나면 이 보험회사가 미국 달러로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북측은 교통사고에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 인근에서 대낮에 음주단속을 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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