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 속이는 직장인'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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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연봉은 2500만원이지만 액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뽑아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구직자 구애정씨는 면접관 독고진 부장에게 뻔한 거짓말을 한다. 속으로는 ‘일단 합격만 하면 적당히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되지…’라는 심산이다. 면접관은 “그래요 내일부터 출근하세요”라며 합격 통보를 했다. 첫 출근에 설렌 구 양은 잠을 설쳐 늦잠을 잤다. 오늘부로 직속 상사가 된 독고 부장에게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조금 늦겠습니다ㅠㅠ’라고 문자를 보냈다.

독고 부장은 첫 날부터 빤한 거짓말을 하는 구 양이 괘씸하다. 구 양뿐 아니라 사장 때문에 기분이 더 나쁘다. 문 대표가 “독고 부장 항상 수고하는데 연봉 못 올려줘 늘 미안해, 한 해만 더 고생하자”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독고 부장은 속으로 ‘흥! 한두 해 속나….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하지’라고 생각했지만, 문 대표에겐 “역시 사장님이십니다!”라며 팀원들에게 “우리 같이 힘내자고!”를 외쳤다.

직장 생활에선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생활의 거짓말에 대한 최근 설문조사는 직장에서 어떤 거짓말들을 하는지 보여준다.

잡코리아가 지난 4월 남녀 구직자 10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면접 볼 때 거짓말을 했다”고 답했다. 구직자들이 가장 많이 했던 거짓말은 ‘입사 지원 동기’(44.9%)였고, ‘직무 관련 경험’(28.0%)이 뒤를 이었다.전 직장의 연봉에 대해 조금 부풀려 이야기했다는 응답자도 26.8%로 나타났다. 이어 ‘희망연봉’(16.5%), ’경력 년수’(16.4%), ‘이성 친구 유무’(9.2%), ‘입사지원 횟수'(9.1%), '외국어 실력'(8.9%) 순이었다.

그렇다면 면접관들은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모를까. 지난 8일 사람인이 기업의 인사담당자 3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4.4%가 “구직자의 거짓말을 알아차린다”고 답했다. 이들이 구직자의 뻔한 거짓말로 꼽은 것은 ‘연봉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66.1%)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뽑아만 주면 무엇이든 하겠다’(50.6%), ‘이 회사에 뼈를 묻겠다’(46.8%), ‘야근·주말 근무도 무관하다’(40.3%), ‘최우선순위는 회사다’(29.2%), ‘회사의 비전이 이상적이다’(21%), ‘긴장해서 능력의 반밖에 못 보여줬다’(12.9%), ‘떨어져도 재지원한다’(11.2%) 순이었다.

일러스트=강일구

입사했다고 끝이 아니다. 회사에서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야 한다. 지난해 잡코리아가 직장인 12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93%가 “회사에서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한 거짓말은 ‘회사를 그만두겠다’(41.8%)였다. 2위는 ‘언제 한번 밥(술) 먹자’(37.1%)로 조사됐다.

이어 ‘집에 일이 있어서’(34.5%), ‘몸이 안 좋아서’(30.7%), 상사가 내린 지시가 이해되지 않아도 ‘네, 알겠습니다’(28.5%), ‘출근길에 차가 막혔다’(21.4%), ‘거의 다 됐습니다’(18.1%), 귀찮게 하는 상사의 심부름에도 ‘괜찮습니다’(16.8%), ‘요즘 일이 많아서 바빠 죽겠어요’(15.8%), ‘역시(부장, 팀장)님이십니다’(15.7%) 순이다. 직장인들은 주로 근무 태도와 관련해서 상사에게 거짓말을 많이 했다. 거짓말하는 동료나 부하직원을 보면 “알지만 그냥 넘어간다”고 답한 응답자가 68.5%에 달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 서로 속고 속이는 것이다.

한편 CEO도 직원들에게 거짓말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스카우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위는 ‘이 회사는 다 여러분들 것입니다’(25.2%), ‘내년 한 해만 더 고생하자'(21.1%)', '연봉 못 올려줘서 늘 미안해'(13.9%), '우리 회사는 미래가 있으니 다른 생각하지 말게'(12.3%), '사람 하나 더 뽑아줘야 하는데'(8.9%) 순이었다.

심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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