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녀 루이, 조훈현 격파하고 국내바둑 왕좌에

중앙일보

입력

태풍 '루이' 의 괴력에 세계랭킹 1위 이창호9단에 이어 '바둑황제' 조훈현9단마저 쓰러졌다.

여성최강자 루이나이웨이(芮乃偉.37)
9단이 세계를 정복한 한국 바둑의 최고봉을 잇따라 초토화시켰다.

중국의 '철녀' 루이9단은 1승1패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21일 동아 미디어센터에서 벌어진 국수전 결승 최종전에서 조훈현9단의 실리전법을 공격으로 분쇄하여 1백99수만에 불계승을 거두고 당당히 국수위에 올랐다.

결승전 사상 최초의 성대결을 펼친 루이9단은 이로써 남자 기사와 싸워 타이틀을 따낸 세계 최초의 여성이 됐고 조남철9단에서 이창호9단으로 이어진 한국 타이틀 보유자 계보에 오른 최초의 외국인이 됐다.

지난해 4월 한국에 와 여류국수에 올랐던 루이9단은 이로써 남녀 통합국수에 오른 첫 인물이 됐다.

두뇌 싸움인 바둑에서 여성은 언제나 남성보다 한수 아래로 치부되어 왔으나 루이9단은 세계 최강의 조훈현-이창호 사제를 연파함으로써 오랜 통념을 깨뜨리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대국은 백병전의 명수 루이9단이 '전신(戰神)
' 조훈현9단을 공격하여 단 한번의 기회조차 주지않고 완승을 거둬 인터넷 중계를 통해 숨죽이며 지켜보던 세계바둑팬들을 놀라게 했다.

백을 쥔 조9단이 순간적으로 엷음을 노출하자 기회를 노리던 루이9단은 파도와 같은 연속 공격으로 끝까지 밀어붙여버린 것이다.

패한 포석을 반드시 다시 두는 것이 장기인 조9단은 이날도 루이에게 패배했던 2국의 포석을 똑같이 재현, 수비전법으로 시종했으나 이것이 패인이 됐다.

루이9단은 "운이 좋았다.
이번 대국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고 말한 뒤 곧바로 조9단과 복기에 들어갔다.

박치문 전문위원<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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