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해운대구만 같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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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4일 해운대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엘리움여성병원 직원 채용행사에서 몰려든 구직자들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청 5층 대회의실. 20~50대 남·여 구직자 20여명이 긴장한 표정으로 면접 대기줄에 앉아 있다. 가림막 넘어 ‘엘리움 여성병원·산후조리원 직원 채용행사’라 적힌 펼침막 아래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행정직 등 직군별 면접이 한창이다.

 이성숙(45·여)씨는 “공간이 개방적이고 간호부장(면접관)도 친절해 대화하듯 편안히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7년까지 18년간 간호사로 일했다. 이후 개인사정으로 쉬다 이번에 다시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면접자들이 마음이 편한 이유는 따로 있다. 취업하려는 병원이 구청의 사전검증을 거친 믿을만한 곳이기 때문이다. 구청과 병원쪽은 지난달 업무협약을 맺었다. 구청은 구인 홍보를 맡고, 병원은 해운대구 주민이면 가산점(100점 만점에 20점 추가)을 주기로 한 것이다.

 협약에 앞서 구청은 병원의 근로조건부터 꼼꼼히 따졌다. 임금·근무시간·4대보험 등 기본적인 것부터 과거 사업장의 임금체불 여부까지 면접자가 알기 힘든 부분까지 모두 확인했다. 이후 구청에서 고용노동부 워크넷 홈페이지를 통해 구직자를 모집한 뒤 서류전형에 통과한 80여명을 이날 면접 보게 한 것이다.

 박소영(21·여)씨는 “구청에서 하다 보니 인터넷이나 정보지 등에서 구인 모집을 하는 것보다는 믿을 수 있다. 면접장소도 구청이라 마음이 든든했다”고 말했다.

 병원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간호사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한 현실에서 35명이나 되는 간호사·간호조무사 지원자가 면접을 봤다. 모집인원(50명)보다는 모자랐지만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김형준 엘리움 여성병원 원무부장은 “우리가 간호사 등을 모집하는 것이 한계가 있는데 구청과 노동청이 도와 주니까 인력확보가 수월하다”고 평가했다.

해운대 구청의 ‘지역주민 일자리 찾기’는 2008년부터 시작됐다. 지금까지 엘리움 병원과 똑같은 방식으로 총 8차례의 채용행사를 열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자생한방병원·해운대백병원 등 업체도 다양하다. 성과도 크다. 신세계 백화점에 2251명 등 2743명의 해운대구 주민이 새로운 일터를 얻었다. 그 공으로 2009년과 2010년 희망근로사업과 일자리창출 부문에서 전국 최우수로 선정,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구청은 올 2월 공고를 통해 ‘민선 5기동안 지역민에게 1만 7000개(공공·민간·기업유치)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김기욱 해운대구청 일자리복지사업단장은 “기초 자치단체는 지역민들의 가려운 곳을 직접 긁어줄 수 있어야 다른 정책도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앞으로도 채용행사를 더 많이 열겠다”라고 말했다.

글=위성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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