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동생 회사 감정 싸움 … 차병원 그룹서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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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차광은 부총장(左), 차광열 회장(右)

차병원그룹 오너 일가의 남매가 투자업 진출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그룹 설립자 차경섭(91) 이사장의 둘째 딸 차광은(61)씨와 막내인 외아들 차광열(59) 차병원그룹 회장이 경영하는 회사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난 것이다. 이 분쟁은 소송전으로 치닫는 듯했으나 일단 고소 취소로 휴전 상태로 들어갔다.

 갈등이 가시화된 계기는 지난 7일 차병원그룹 명의로 경제신문 두 곳에 게재된 광고다. “차병원그룹은 ㈜차홀딩스컴퍼니와 ㈜차인베스트먼트와 전혀 무관하고 어떠한 계약이나 권한을 위임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이 광고는 의료법인 성광의료재단·학교법인 성광학원 차경섭 이사장과 차바이오앤디오스텍 황영기(59) 대표 이름으로 실렸다.

 지난 4월 설립된 차홀딩스컴퍼니는 차의과학대학교 대외부총장인 광은씨가 최대주주로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고, 차인베스트먼트는 차홀딩스컴퍼니의 자회사다. 앞서 차 회장은 지난해 1월 KB금융지주 회장 등을 역임한 황 대표를 영입해 그룹 총괄부회장과 관계사인 차바이오앤디오스텍 회장직을 맡긴 상태였다.

결국 동생 쪽에서 누나가 경영권을 가진 회사들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신문 광고를 낸 것이다. 차홀딩스컴퍼니 측은 광고 게재 6일 후인 지난 13일 황 대표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고소장은 차인베스트먼트의 이윤 대표와 차홀딩스컴퍼니 차균옥 감사 명의로 제출됐다. 이 대표 등은 고소장에서 “차홀딩스컴퍼니와 성광의료재단 사이에 업무용역위탁계약이 체결돼 있는 만큼 두 회사는 차병원 그룹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남매 간 갈등은 그룹 내 투자를 어느 쪽 중심으로 할지에 관한 주도권 경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인 출신인 황 대표가 금융사업 진입을 계획하던 중 차 부총장도 지난 4월 차홀딩스컴퍼니를 설립하는 등 투자업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충돌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신경전이 남매 간의 후계 갈등으로 이어지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차홀딩스컴퍼니 측은 고소장 접수 이틀 만인 15일 고소를 취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 사실이 알려지자 고소인 측에서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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