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거래 뚝, 가격 뚝 … 부동산 더블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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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 주식시장이 약세로 전환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 특징이다. 요즘 서울·수도권 주택 거래시장에서 이런 흐름이 두드러진다. 15일 국토해양부는 서울 지역의 5월 아파트 거래량이 3805건으로 4월(4787건)보다 20% 줄었다고 발표했다.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유난히 적다. 2006~2010년의 5년간 5월 거래량 평균인 5890가구의 63%다. 수도권 역시 5월 거래량(1만5080건)이 4월보다 16% 감소했다.

 6월 들어 거래 감소는 더욱 심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15일까지 아파트 거래신고 건수가 1651건으로 이전 5년간의 6월 평균(5534건)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매매가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7㎡형(이하 전용면적)은 올 4월 최고 9억6500만원에 팔렸으나 5월에는 최고가가 9억2600만원으로 떨어졌다. 서초구 반포동 주공 1단지 73㎡형은 4월보다 2000만~4000만원 내린 12억1000만~12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경기도 분당구 야탑동 장미마을 현대아파트 85㎡형도 3월 5억3300만원에서 5월 5억1000만원으로 거래가가 떨어졌다.

 정부가 거래를 늘리기 위해 5·1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시장은 정부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보금자리주택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주택 매수심리를 크게 위축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올 4월 부활한 DTI 규제로 주택 구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주변 시세보다 싼 분양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이 계속 발표되자 주택 수요자들이 주택 매입시점을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김주 공인중개사는 “고덕 주공 등 재건축아파트에서 1㎞ 떨어진 곳에 보금자리주택을 짓겠다고 지난달 17일 정부가 발표한 이후 일대 매매시장에 매수세가 딱 끊겼다”고 말했다. 당연히 재건축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이에 따라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 4월 6억1000만원에 실거래가 신고됐던 상일동 고덕 주공 3단지 56㎡형이 현재 5억8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런 구조적 요인에다 금리 인상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박준 공인중개사는 “지난 10일 기준금리 인상 발표가 난 뒤 대출금 이자가 부담스럽다며 매수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도 용인시 신봉동 최의규 공인중개사는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달 들어서는 거래가 더 없어 시세보다 10% 이상 싼 급매물도 안 팔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비관적인 전망이 많을 때가 ‘바닥’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김상열 공인중개사는 “원하는 가격대로 매물이 나오면 바로 계약서를 쓰겠다는 대기 매수세도 있다”며 “한두 달 조정을 거쳐 급매물이 소진되면 아파트 값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함종선·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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