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미국의 독도 표기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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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

나는 지난달 20일에 경희대 수원캠퍼스에서 개최된 영토문제 관련 심포지엄에서 센카쿠열도와 쿠릴열도, 독도문제를 비교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한 토론자가 미국 지명위원회의 독도 표기에 관한 최근의 검색 결과를 제시했다. Takeshima, Takesima, Liancourt Rocks, Tokto, Tokdo, Dogdo 등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한국 정부의 공식 표기인 ‘Dokdo’는 없었다.

 뒤돌아보면 2008년 7월에 독도의 주권국가가 ‘한국’에서 ‘미지정’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한국’으로 원상 복귀된 사건이 있었다. 한국 정부는 이를 계기로 독도의 외교기조를 ‘조용한 외교’로부터 ‘차분하고 단호한 외교’로 바꾸었다. 그로부터 3년 가까이 지났다. 그럼에도 세계적 지명위원회의 사이트에 아직도 Dokdo라는 공식 표기가 제대로 기재되지 않았다니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는 센카쿠열도에 대한 표기를 살펴보면 뚜렷하게 대비가 된다. 센카쿠 열도의 주권국가는 일본이고 표시된 명칭에서 7개 중 6개가 ‘Senkaku’나 ‘Sento’라는 일본 명칭이고, 나머지 하나만 영국 명칭인 ‘Pinnacle Islands’다. 중국이나 대만 쪽에서 주장하는 조어도(댜오위다오) 명칭은 어디에도 없었다. 즉 미국 지명위원회 사이트는 중국 측 주장을 완전히 부인한 것이다. 러·일 간에 문제가 되어 있는 쿠릴열도(북방 4개 섬)는 러시아를 주권국가로는 표시했으면서도 4개 섬의 명칭은 명칭수의 80% 이상이 일본 명칭이다. 이 세 가지 경우를 감안할 때 미국 지명위원회가 일본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오랫동안 써온 ‘Tokdo’라는 영어표기를 ‘Dokdo’로 바꾼 후 미국 지명위원회에 거듭 변경 요청을 해왔으나 아직 수용되지 않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울릉도의 ‘도동’도 마찬가지다. 현재 ‘Dodong’으로 명칭이 바뀌었으나 미국 지명위원회 표기는 아직 옛날 그대로인 ‘Todong’으로 돼 있다.

 그러나 ‘Kangnam’에서 ‘Gangnam’으로 바뀐 서울의 강남은 미국 지명위원회 사이트에 신구 명칭이 둘 다 표시되어 있다. 부산이나 김포 등도 마찬가지다.

‘Dokdo’라는 한국의 공식 영어표기가 미국 지명위원회 사이트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데이터베이스화의 지연 때문이라고 일단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이 원인일지 의혹이 간다. 센카쿠 열도에 대해선 일본 측 주장만 들어준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에 대해선 한·일 양측의 주장을 함께 명기한 데다, 한국의 공식 명칭은 제외시켰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 독도는 행정상으로는 작은 단위이지만 한국인의 마음속에서는 매우 큰 존재다. 그래서인지 한국인의 마음은 ‘Dokdo’ 표기의 지연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 같다. 미국이 독도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중립이므로 그런 자세의 반영이 지명 표기에 나타났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정치적 판단을 개입시키면 객관성을 잃게 된다. 어쨌든 독도의 영어 표기가 하루 빨리 ‘Dokdo’로 정착되기를 바랄 뿐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