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가 명문대 발판? 막연한 기대는 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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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영 천안 정상어학원 원장

외국어고등학교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 몇 해 전만해도 이맘때가 되면 외고진학에 대한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수가 크게 줄었다. 외고 진학이 곧 명문대 입학이라는 공식이 흐릿해 지면서, 외고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점차 거품이 빠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천안·아산지역에 외고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성적 상위그룹이 적지 않다. 명문대 진학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목표의식이 뚜렷해 졌다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외고 입학=명문대 진학은 옛말

과거와 환경이 달라졌다면 외고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들도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명문대 입학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외고를 진학해야 할 이유가 분명한 학생들만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단 외국어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이어야 하고 체계적인 외국어를 배우고 익혀, 그것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 학생들이 가야 한다.

 외고에 입학하면 싫든 좋든 3년 동안 외국어에 파묻혀 살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외국어 공부에 흥미가 없고, 외국어 습득을 통해 꿈을 펼치겠다는 목표가 분명치 않은 학생들은 적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외고 졸업 후 법대에 가서 국제법 전문 변호사가 돼야겠다.” 같은 꿈이 있어야 외국어를 배우는 힘이 생긴다. 초등학생조차 커서 무엇이 돼야겠다는 꿈을 가진 학생들은 영어를 습득하는 자세가 다르다.

학원 다녀도 헤맨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수업 잘 듣고 어학원 열심히 다니면 영어시험 성적은 어느 정도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중2, 3학년이 되면 “영어가 갑자기 어려워 졌다”며 헤매기 시작한다. 어려서 공부 습관을 제대로 들이지 못해서다. 아이의 장·단점은 누구보다 엄마가 잘 안다. 더욱이 외국어는 하루아침에 잘할 수 없는 영역인 만큼 장점은 살려주고 단점은 보완해주는 엄마의 역할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말하기와 쓰기 등 표현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가고 있다. 특히 외고는 말하기와 쓰기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힘들어진다. 특히 쓰기는 훈련 없이 잘하기 어렵다. 글을 안다고, 아는 것이 많다고 글 쓰는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외고를 가고자 한다면 글쓰기 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특별한 첨삭지도를 받지 않더라도 다양한 소재의 글을 반복해 쓰다 보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읽는 사람의 눈길을 끌고 감동까지 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할 때까지 끊임없이 목표를 정해놓고 노력해야 한다.

 말하기는 소리와 속도가 살아있어야 한다. 감각적이어야 한다. 과거 서당에서 천자문을 외우듯 단어 하나라도 소리 내서 읽고 빨리 읽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읽지도 못하면서 뜻은 알고 있는 절름발이 영어로는 외고에 가기 어렵다.

꿈을 이루기 위한 선택

태어날 때부터 언어지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 외국어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오랫동안 기억한다. 필요할 때 머릿속에 보관해 두었던 단어와 문장을 꺼내 사용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혹시 언어에 남다른 능력이 있어 외고를 목표로 공부하는 어린 학생들이 있다면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언어지능이 뛰어난 아이들 대부분이 집중력과 성실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초등 4학년부터는 규칙적이고 꾸준히 공부습관을 갖도록 유도해 주어야 한다. 하루 몇 분, 몇 쪽 분량의 책은 반드시 읽는다든가, 정해진 몇 개의 수학문제를 푼다는 등의 구체적인 학습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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